"한모금의 물이 생명 살립니다"
물 없이 생명도 없다.
올 1월 김청자(아녜스, 63,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찾은 아프리카 대륙 남동부 해안에 면한 모잠비크는 물과의 전쟁이 한창이었다. 지난 2005년 1월 우연한 기회에 아프리카를 찾은 이후 검은 대륙에 남다른 사랑을 쏟아오고 있는 김교수에게 모잠비크의 현실은 또 다른 부르심으로 다가왔다. 아프리카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모잠비크에서 식수 문제는 단순한 사회문제가 아니라 생존에 직결된 재앙과도 같다.
“상수도시설은 고사하고 당장 먹을 물도 구하기 힘들어 하루의 대부분을 물 구하는 일로 보냅니다. 어렵게 구한 물도 흙탕물이나 매한가지여서 먹을 수 없을 듯해 보이지만 그나마 없어서 못 먹을 지경입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이 김교수의 눈에는 너무나 선명히 보였지만 그들 스스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보였다. 목마른 사람은 그들이었지만 우물 파는 일에 나선 이는 김교수였다. 모잠비크 북부에 위치한 리칭가(lichinga)교구를 찾아 그 곳에서도 자동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마루빠본당을 찾아가 몸소 갈증의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오자마자 모금활동에 나선 건 당연한 일. 그의 뜻에 함께하고자 하는 일들이 늘면서 7개월만에 목표로 했던 1억을 거뜬히 넘길 수 있었다.
“당신의 방법으로 나눔을 통해 사랑을 배우도록 우리를 움직이시는 분을 느낍니다.”
한국 신자들이 모은 1억이면 마루빠본당과 40여 공소 신자들에게 60여 개의 우물을 선물할 수 있다. 아프리카를 다녀올 때마다 뭔가가 하나씩 떨어져나가 영혼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는 김교수는 이번에도 비슷한 체험을 털어놓았다. ‘사랑의 우물 파주기’에 나서며 주님과 사마리아 여인이 만난 우물을 떠올렸다는 김교수는 생명을 나누는 하느님 일에 있어 자신은 연락병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랑한다는 것은 곁에 있어주는 게 아닐까요.” 사랑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을 때마다 영혼이 가벼워진다는 그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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