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음화,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안정적 지원과 지속적 교육으로 인력 확보 시급
민간 자원 활용과 군-민 본당간 연대 강화 필요
연무대성당 건립에 신자들의 관심·사랑 요청
“더 이상 군이 ‘청년사목의 보고(寶庫)’라는 말에 회의를 품을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군 복음화가 한국 교회의 사활이 걸린 미래라는 인식이 뿌리내렸으면 합니다.”
‘젊음’, ‘힘’이란 단어를 ‘청년사목의 비전’, ‘교회의 미래’란 말과 등치시키며 군종교구를 교회 안팎에서 주목 받는 교구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이기헌 주교의 생각은 온통 한국 교회의 미래를 담아낼 청사진에 쏠려있는 듯했다. 이주교의 표현대로 군종교구가 걸어온 지난 몇 년간의 여정은 군사목의 틀을 뛰어넘어 한국 교회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내기 위한 모색의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음화율 25%.
지난 2006년부터 군사목 60주년을 맞는 2010년까지 5년간을 ‘복음화 25%를 향해 나아가는 5년’으로 정하고 한국 교회 역사상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세계를 향해 속도를 더해가고 있는 군종교구의 걸음은 그 자체로 한국 교회는 물론 보편교회에 희망의 등대를 더하는 역정(歷程)이었다.
지난해 ‘군 선교의 협력자-군 간부 및 군인 가족’들의 내실화를 이뤄가는 해로 첫 걸음을 뗀 군종교구는 올해 ‘말씀으로 성장하는 해’로 발걸음을 옮기며 군종교구민들 사이에서는 물론 한국 교회 신자들 가운데서도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그 바이러스는 잦아들던 한국 교회의 역동성에 새로운 자양분을 공급하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변모시키면서 위력을 더해가고 있는 모양새다.
“신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하고 군종사제들이 더욱 힘을 내 심기일전하는 모습이 군종교구가 그려가려는 한국 교회의 청사진을 볼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잣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군종교구가 헤쳐가야 할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고민도 적지 않을 법한 이주교는 사목 일선에서 고투하며 스스로 청사진의 한 획 한 획이 되고자 하는 군종사제들을 위해 자신이 든든한 디딤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신부들은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신자들은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사목의 열매를 나누며 행복을 느끼니 이미 한국 교회의 미래를 맛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주교는 그 과정에서 사제들이 사목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자임했다. 아울러 교구 역사상 최대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새로운 활력을 필요로 한다며 군종교구를 위한 끊임없는 기도와 관심을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늘 새롭게 거듭난다는 생각을 갖지 않고서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나태에 빠지지 않고 주님의 길을 더욱 힘차게 고를 수 있도록 채찍질해주십시오.”
-‘새 출발을 준비하는 군종교구’를 표방한 후 두 번째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신다면.
▲군 복음화의 가능성과 파급력을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한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이 ‘청년사목의 보고(寶庫)’일뿐 아니라 한국 교회의 미래라는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습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영성적 결실을 바탕으로 군종교구민 전체가 새로운 자신감과 열정을 회복한 것도 큰 성과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사목 여건은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음도 실감합니다. 군사목에 대한 교회 내부의 의식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 일이 아니다’, ‘누군가 하겠지’ 하는 인식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개신교를 비롯한 타 종교와 비교해 현격하게 차이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바로 지금이 한국 교회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데 있어 적기라는 인식 아래 다채로운 영역, 다양한 각도에서 사목적 연구와 시도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타 종교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는 다양한 선교전략을 내놓으며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신앙의 내실화를 통해 다져진 내면의 힘이 외부로 넘쳐흐르게 될 때 참다운 힘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군종교구는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는 첫 자리에 내적인 성숙을 놓았습니다. 군인 신자들이 새로운 영성적인 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기울여오고 있는 노력도 이 일환입니다.
앞으로도 짜임새있는 교리교육과 재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신앙을 살찌움으로써 군종교구 신자들의 영성이 한국 교회의 발전을 이끄는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군사목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 대안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군사목 활성화를 위해서는 모든 사목에 있어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사목 인력의 확보가 급선무입니다. 현재 개신교에서는 2005년 말 현재 1100여개의 군 교회에서 280여명의 군종목사들이 군 선교에 나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비전 2020 실천운동’을 이끌고 있는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 산하 군선교민간인교역자협의회에서 600여명의 회원이 군종목사 지원, 군부대 위문, 상담활동, 주일예배 인도, 진중세례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군 복음화를 위해 뛰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밖에도 양성과정을 거친 군종병 2000여명을 비롯해 군종행정관단, 기독군인연합회, 국군장로연합회, 국군기독부인회 등 다양한 인적 자원이 군 선교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해 80여명의 군종사제들과 몇몇 뜻있는 신자들에게만 군 복음화를 맡겨놓다시피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기도 합니다.
군 선교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무턱대고 물량공세를 퍼붓는다고 해서 선교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산이지만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를 구축해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도 전문 능력을 갖춘 다양한 인력을 발굴해 지속적인 교육과 안정적인 지원 등을 통해 인력 확보에 나서야 합니다.
또한 효율적인 군 복음화를 위해 지역의 민간 본당과 군 본당을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 선교 환경을 대폭 개선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 강화 ▲전 교회 차원의 통합 신자 관리체계 구축 ▲군-민간간의 교류 및 연대 강화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 확대 등 민과 군의 신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확대를 이뤄나간다면 복음화에 새로운 전망이 열리리라 봅니다.
이주교의 관심은 자연스레 한국 교회 전체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육군 논산훈련소 연무대본당 새 성당 건립사업으로 옮아갔다. 연무대성당 건립은 단순히 하나의 성당을 더 짓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주교는 “연무대성당은 매주 5000명 넘는 젊은이들이 미사를 드리고 연간 28만명이 넘는 이들이 찾아오는 곳일 뿐 아니라 해마다 1만명이 훨씬 넘는 청년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세계 최대의 선교본당”이라고 역설했다.
따라서 연무대성당 건립은 교회가 더 많은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일일뿐 아니라 복음화의 기폭제를 마련하는 일이라는 게 이주교의 강조점이다.
“연무대성당에 가보면 그 곳을 찾는 이들뿐 아니라 주님께서도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게 됩니다. 주님의 갈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연무대성당 건립에 관심과 사랑을 기울여주셨으면 합니다.”
-신자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군 복음화는 군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에 이바지한다는 인식을 군종교구민만이 아닌 모든 신자들이 함께 공유했으면 합니다. 요즘 성당에 젊은이가 없다고들 합니다.
물론 예전에 비해 젊은이들 숫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군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더합니다. 훈련병들의 경우 예전에 비해 신앙생활을 하는 병사들이 부쩍 줄었습니다. 보통 갓 입대한 훈련병 중에 10% 정도 신자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수당 5~6명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지금 우리 교회의 현실입니다. 그만큼 복음화가 부족하다는 것이지요. 유아세례를 받고 오는 비율도 그만큼 줄었고, 세례를 받고도 20년 이상 냉담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군종사제와 군종교구민만이 아닌 모든 신자들이 위기의식을 함께 느껴야 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더불어 해야 합니다. 신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함께 걱정하고 십시일반의 자세로 이 땅의 복음화를 위해 더불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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