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연구소는 9월 20일~11월 29일 매주 목요일 총 11차례에 걸쳐 2007년 하반기 공개대학 강좌를 개설했다. ‘평신도’를 주제로 실시되는 이번 강좌는 평신도 그리스도인의 소명과 정체성을 재인식하고 현대사회와 교회 안에서 평신도 사도직이 어떻게 실천돼야 하는지 그 지침을 제시해줄 것이다. 평신도 사도직의 의미와 중요성을 고려, 전 강좌의 요지를 지상 중계한다.
◎제1주 (9월 20일) : 교회사 안의 평신도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김성태 신부
평신도, 세상성화에 이바지해야
교회 안에서 평신도에 대한 예속적, 소극적, 수동적 의미는 1800년 이상 계속됐는데, 현대에 이르러서 교계에 참여하지 않고 성직을 갖지 않은 그리스도인, 동시에 영세로써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고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구성 요소로 동시에 간주된다.
현대에 들어와 평신도와 성직자의 공동협조가 필요했다. 20세기초, 가톨릭 운동(Catholic Action)이 등장하는데, 비오 10세는 이러한 평신도 활동을 현대 교회와 사회에서 가장 가치 있는 사업이라고 격찬했다.
20세기에 평신도의 적극적 협조가 요청됐지만 여전히 이런 사명은 성직자의 독점 대상이었고 평신도는 보조적이었다. 그 거부 반응으로 반성직자주의가 일어나면서 평신도들은 자기 문제에 대한 결정에서 성직자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중세기적 사조에 반발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평신도 정의는 평신도들이 그 고유 영역인 세속 안에서 복음 정신으로 고유 임무를 수행하며 세상의 성화에 이바지한다고 가르쳤다. 공의회는 사도직 활동에 있어서 평신도와 성직자가 서로 협력하고 반성직자주의와 성직자 우위 사상을 배격할 것을 권유했다.
교회 생활에서 평신도의 수동적 역할을 제거하고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공의회 후 각 교구, 본당에 평신도협의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가 개신교와는 달리 이러한 사상에 익숙하지 못했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제2주 (9월 27일) : 한국 천주교회 설립과 평신도
한국교회사연구소 부소장 조한건 신부
한국 신앙선조, 순교로 진리 증거
1784년 이승훈이 예수회 선교사로부터 세례를 받고 귀국, 신앙공동체를 형성한 것이 한국 최초의 천주교회다.
몰락양반의 속출, 농민의 지주화 등 조선 후기의 경제적 이유에 따른 사상의 변화로 천주교가 조선에 받아들여지게 됐고, 그 과정에서 봉건사회의 모순이 지적되고 실학이 대두됐다.
그 후 조선 천주교회는 탄생 1년도 채 되지 못해 시련에 부딪혔다. 을사추조적발사건으로 김범우가 유배되고 이벽은 부친의 강요 때문에 신자들과 접촉을 끊었으며 나머지 신자들도 조심스럽게 행동해야했다.
평신도란 현세적 일에 종사하며 하느님의 뜻대로 이를 관리함으로서 천국을 찾도록 부름을 받은 존재다. 그러나 이같이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은 ‘박해’라는 특수한 여건으로 현세적 직업과 사명의 완수에만 힘을 쏟을 수 없었다. 그들은 선교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교회를 창설해야 했고 그들의 힘만으로 교회를 지켜나가야 했다.
이 가운데 ‘믿음은 들음으로부터’라는 서양격언이 그대로 실현된다. 처음에는 한문, 다음은 한글, 그 다음에는 이야기식 교리로 복음을 전달한다.
그들은 또 천주교신앙을 일종의 평등사상으로 이해했다. 여성의 존엄을 깨닫고 이를 강화하는 일에 참여했으며 수평적 관계를 주장하고 실천했다. 유군명의 경우 자신의 노비들을 직접 해방시키기도 했다.
한국의 평신도들은 한 명의 목자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양떼들이었다. 신유박해 때 그 누구도 중국인 주문모 신부에 대해 밀고한 이가 없었다. 그들은 순교로 자신들이 믿고 있는 천주교가 참된 종교임을 증거했으며 평신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리스도 초기교회의 모습을 따랐으며 지금까지도 ‘하느님의 백성’으로 표상되는 현대교회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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