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피의 증거’로 복음 전파
그리스도인, ‘순교 자세’로 외교인에게 신뢰감
초대교회 신자들 순교자 통해 보호·도움 전구
에른스트 다스만(Ernst Dassman·77·독일 뮌스터교구) 몬시뇰은 30여 년간 본(Bonn) 대학 고대교회사 교수로 봉직하며 초기교회사와 교부학 등을 강의했고, 1972~2001년 프란츠 요셉 될거 연구소(F.J. Dolger Institut) 소장을 맡아 고대교회사 연구를 주도했다.
9월 15일 2주간 일정으로 입국해 서울(19일), 대구(20일), 광주(21일) 신학교에서 ‘순교와 교회’라는 주제로 순회 강연을 한 다스만 몬시뇰은 이번 강연의 목적을 “순교가 교회를 위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순교자들을 특별히 공경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어떻게 순교자 공경과 성인 공경이 생성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요약했다.
다음은 이번 강연의 요지이다.
순교와 교회
순교, 즉 자신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어 놓으면서 옹호한 것은 교회 시초에 그리스도교 전파를 성공으로 이끄는 역할을 했다.
외교인들이 그리스도교 신자들로부터 감명받은 것은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그것은 교회의 ‘애덕실천(caritas)’ 즉 이웃에 대한 사랑이며, 사도신경처럼 아주 간결하면서도 특징적 문장으로 이뤄진 ‘신앙고백문’, 그리고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고 바치던 ‘순교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박해는 교회의 복음전파에 큰 방해가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복음전파와 순교는 함께 속하기 때문이다. 순교라는 말은 증거를 의미하며, 얼마되지 않아 정확히 ‘피(血)의 증거’라는 뜻을 가지게 됐다. 따라서 순교자는 자신이 전하는 진리를 자신의 목숨으로 보증하는 증인이다. 이 준비된 마음가짐은 그리스도교 복음전파에 신뢰감을 줬다.
그러나 순교는 복음전파적인 선전 방법은 아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상기시킨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당신 목숨을 내어 놓으시어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셨으므로, 주님과 형제들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 놓는 사람보다 더 큰 사랑을 지닌 사람은 아무도 없다(1요한 3, 16; 요한 15, 13 참조). 그러므로 제자가 세상의 구원을 위해 죽음을 자유로이 받아들이신 스승을 본받고 피를 흘려 스승과 동화되는 순교는 교회에서 최상의 은혜로 또 사랑의 최고 증거로 평가된다(Lumen Gentium 42).” 신학적으로 볼 때 박해와 순교는 초대 그리스도교 복음 전파의 진정성을 감동적인 방법으로 증명한다.
순교자 공경
초대교회 안에서의 순교자들의 의미와 높은 평가는 특별한 방법으로 순교자들을 공경하는 행위 안에서 나타났다. 순교자 공경과 더불어 성인 공경도 시작되는데, 이 성인 공경은 우리 교회 안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순교자 공경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놀라운 발전을 맞이했다. 박해시대 동안에는 순교자의 역할이 신자들로 하여금 교회로 다시 돌아오는데 그리고 죄의 용서를 받아내는 데에 도움을 주는 분으로 정해져 있었고, 박해가 없어지면서 신자들은 모든 가능한 영적·세상적 소원을 들어달라고 성인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순교자들은 각 공동체, 도시 및 시골지역들의 주보성인이 되었다. 신자들은 그들의 소원, 곧 보호와 도움을 주시기를 순교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청하게 됐다.
순교자 공경과 성인 공경은 오늘날까지 신자들에게 의미와 매력을 갖게 하는 점이 바람직하다. 로마의 순교록과 교회의 공적 기록을 보면, 거의 모든 이름들이 초대교회 시기에 속하는 이름들이고 유럽지역에서 나온 이름들이다. 그 이유는 교회의 시작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여러 대륙들과 지역에서 나와 성인축일표에 들어가게 됐다. 이것은 좋은 발전으로서, 우리 가톨릭교회가 진실로 보편적인 교회, 즉 모든 것을 포함하는 세계교회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설명 :
독일의 고대교회사 학자 에른스트 다스만 몬시뇰(왼쪽)이 9월 19~21일 서울, 대구, 광주 신학교에서 ‘순교와 교회’ 주제로 순회강연을 했다. 통역은 다스만 몬시뇰의 제자인 청주교구 총대리 장인산 신부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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