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본당에 처음 부임 했을 때 높은 종탑위에 계시는 엄청 큰 예수성심상이 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 밑은 제의방인데 비만 오면 조금씩 새는 겁니다. 그래도 양동이 놓고 살아야지 결심 했는데, 올해는 집중폭우로 제의방이 물에 잠기게 생기더니만 급기야 벽을 타고 전기 콘센트 위로 물이 줄줄 흐르는 것입니다. 감전위험도 있으니 큰일이었습니다. 지붕의 노후도 문제지만 오래된 예수성심상을 타고도 물이 흐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앗 이번 기회에 잘하면 예수님을 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도 보이고 기차를 타고 갈 때에도 보이는 예수님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목회에서 신입을 받고 성당보수헌금을 모았답니다. 200만원이란 거금(?)이 모였지만 공사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를 지켜보시던 할머니들께서 “신부님, 우리 뭐 좀 팔아볼까요? 복분자 술이나 엑기스라도?” 그런데 누가 그 많은 복분자를 다 따며 누가 그것을 술에 담그고 술병을 어디에 보관하며, 나중에 거르는 작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무척 심란한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또 조금 있으니 “솔잎차를 담아서 팔면 어떨까요?” “산에 솔잎은 누가 따러가나요?” “바자라도 해 볼까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일하실 분들이 안 계시다는게 문제입니다.
저희 본당은 교구에서 매달 지원을 해줍니다. 또 자매본당 제도가 있어서 자매본당에서도 후원금이 옵니다. 여기에다 주일헌금과 교무금을 합쳐서 400만 원 정도가 저희 본당의 한 달 수입입니다. 저 혼자(?) 쓰기에 너무 많습니다. 평상시에는 아무 일도, 아무 걱정도 없이 잘 돌아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가 고장 나거나 새로 살 때가 문제입니다. 지붕에 비가 샐 때나, 감실 문이 안 열릴 때나, 성당 문이 고장 나거나, 보일러가 안 될 때나, 프린터가 안 될 때, 세면대에 물이 안 나오거나, 수중 모터가 고장 나거나…. 참 짧은 기간에 뭐가 그리 고장 나는 것도 많은지.
미숫가루나 청국장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셨다는 본당도 있던데 새삼 존경스럽게 여겨집니다. 저도 뭔가를 팔아야겠다고 계획을 세워 봅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본당에서 꼭 상업적인 것을 해야 하나 생각해 보지만 다른 방법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물건 파는 것 말고 복음을 전하고 팔았으면 좋겠습니다.
1년이란 시간동안 13명의 세례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8명의 첫영성체. 무엇이 잘하는 것인지,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공동체가 무엇인지, 나의 신앙이 내 삶에 디딤돌이 되도록 노력해 봅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삶이 뭘까 하고 늘 묵상합니다.
이호 신부 (광주대교구 사거리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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