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용서 통해서만 새 출발 가능
‘…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구체적 실천 동반돼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0월 4일 역사적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서명했다. 모두 10개항으로 이뤄진 선언문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 진전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특히 평화수역 등을 통한 군사적 신뢰구축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 추진 등은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 할 평화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정상들간의 몇 번의 만남으로 분단 이후 반세기 넘게 쌓여온 모든 문제들이 한꺼번에 해소되리란 건 애초부터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일은 남북간의 합의를 보다 구체화하고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책임 있는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간의 화해를 위한 신뢰 회복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른다.
이런 면에서 “정의가 없으면 평화가 없고 용서가 없으면 정의도 없다”며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야 할 평화의 길을 제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2002년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는 적잖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교황은 이 담화에서 “정의와 용서를 겸비한 대책이 아니면, 무너진 질서를 완전히 회복시킬 수 없다”고 단언하고 용서를 통해서만 관계가 새로워질 수 있고 새 출발이 가능하다며 참 평화를 위한 필수조건을 밝히고 있다.
교황은 1968년 평화의 날을 설정한 이래 평화는 가능하며 신자들에게 평화는 하나의 의무임을 끊임없이 강조해오고 있다. 반세기 넘게 깊어져온 골을 지닌 남북이 화해를 통해 평화를 얻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바로 용서로부터 새로이 싹트는 정의다. 평화에 이르려면 평화를 배워야 한다.
교황은 1979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 ‘평화에 이르려면 평화를 가르치십시오’에서도 “평화를 선포하는 일은 ‘우리의 평화’이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일”임을 밝히고 평화를 배우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그리스도인의 본분임을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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