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신부, 과거 군사독재 범죄 연루혐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외신종합】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1976~83년) 기간 중 군부 독재자들에게 협력한 혐의를 받아 온 가톨릭 신부에게 10월 10일 종신형이 선고됐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범죄와 관련해 가톨릭 신부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티안 폰 베르니히(69) 신부는 당시 경찰사목을 맡으며 7건의 살인과 42건의 납치, 31건의 고문에 연루된 혐의로 라플라타 법정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생존자들은 법정 증언에서 “베르니히 신부가 죄수들로부터 들은 고해성사의 내용을 경찰에 전해줘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베르니히 신부가 고문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가 하면, “경찰이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다”며 잔혹 행위를 옹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베르니히 신부는 1983년 군정이 끝난 뒤 이웃 칠레로 도피해 그곳에서 가명으로 성직자 활동을 계속해 오다, 2003년 체포돼 아르헨티나로 소환됐다.
법원이 베르니히 신부에게 종신형을 선고하자 법정 안팎을 가득 채운 실종자가족모임 ‘5월 광장 어머니회’ 회원과 인권 운동가들은 축하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했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더러운 전쟁’ 중 1만 명이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사망 및 실종자가 3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번 재판 기간 내내 침묵을 지켜왔던 아르헨티나 가톨릭교회는 판결 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가톨릭 사제가 심각한 인권 탄압 행위에 가담한 사실에 대해 깊은 슬픔과 함께 고통을 느낀다”며 “과거사 청산을 통해 화해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또 “이번 사건은 베르니치 신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아르헨티나 가톨릭교회 전체의 책임으로 받아들인다”며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엎드려 회개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더러운 전쟁’은 1970년대 아르헨티나 군부의 민주세력 탄압을 일컫는 말로, 군사 쿠테타로 집권한 호르헤 비델라는 좌익 겔릴라 척결을 명분으로 1977년부터 약 3년간 반대세력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을 가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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