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벽 넘어 지역사회와 만난다
수영장 썰매장 화장실 성당마당 개방
교양강좌 수학특강 등 열린강좌 마련
지역민 자연스레 신앙 접할 기회 제공
예수님은 ‘그물을 내려 물고기를 잡아라’(루카 5, 4)고 했다. 낚싯대로 물고기를 ‘한마리 씩’잡으라고 하지 않았다.
최근 전국 각 교구와 본당들이 그 그물질에 한창이다. 신자 개개인의 선교의지에 의존하는 ‘직접 선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열린 교회’를 통한 ‘그물망식’ 선교 운동에 나서고 있는 것.
이는 지역사회 주민들을 자연스레 신앙에 접하게 한다는 점에서 ‘햇볕 선교’라고도 불린다.
지역사회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받아들이는(사목헌장 1항 참조) 일선 본당들의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열린 교회’를 소망해 본다.
■ 문 없는 성당, 담 허무는 성당
수원교구 칠보본당은 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고 있다. 지역 주민과 행인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편안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그만큼 청결과 위생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성당 주위에는 “누구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실은 예쁜 간판도 내걸었다. 본당 관계자는 “인근에 공중 화장실이 없어 많은 지역주민들이 성당 화장실을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거창한 계획이나 프로그램 없이도 나누려는 작은 마음만 있으면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교구 불로동본당은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인공암벽을 설치했다. 널찍한 잔디밭과 분수 등으로 꾸며진 성당마당은 담장이 없다. 수원교구 안성본당도 지역주민들이 즐겨 찾는 지역사회의 ‘공원 성당’이다.
수원 능평본당도 지난 겨울, 본당에 썰매장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 큰 호응을 얻었다. 수원 정자동 주교좌성당을 비롯해 명학, 대학동본당 등 담 없는 성당이 늘고 있는 것에서도 ‘열린 교회’를 향한 일선본당들의 노력을 읽을 수 있다.
■ 문화 공간으로서의 성당
불로동본당은 성당을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적극 개방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본당에서 마련하는 자녀 교육프로그램이나 비누 만들기 등의 문화강좌를 통해 성당을 부담 없이 드나든다.
3년째 매년 여름에 간이 수영장을 설치해 어린이와 부모에게 인기를 얻는 홍은동본당도 비슷한 사례. 인천 용현동본당도 지역주민들이 직접 꾸미고 즐기는 이색축제 제6회 ‘아마추어에게 열린 무대’를 마련한바 있다. 용현동본당은 개인과 가족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장기자랑 시간에 이어 연극, 영화, 드라마 또는 스스로 창작한 내용을 독백으로 연기하는 프로그램 등을 진행했다.
수원 중앙본당 등도 성당에 소극장을 마련, 지역사회 문화공간으로 개방한바 있다. 중앙본당은 최근 농수산물 매장을 개설, 지역주민들의 ‘바른 먹거리’를 돕고 있다.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당에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서울 등촌동본당의 미디어실(DVD 감상실)과 도서실도 본당 신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큰 인기다.
■ 강좌 및 교육
‘유익한’ 강좌를 통해 지역사회에 다가가는 노력은 주로 교회운영 복지관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 신당종합사회복지관, 상계종합사회복지관을 비롯해 전국 각 복지관은 ‘어린이 놀이교실’ ‘여성 교양강좌’ ‘인터넷, 알코올 중독 관련 강좌’ ‘새터민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과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 성 안드레아 피정의 집이 ‘수학특강’을 마련, 지역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 대치4동본당도 지역 청소년을 위한 수학 강좌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톨릭대 협력연구소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도 부부와 가족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하는 일반인 대상 ‘열린강좌’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같은 강좌에는 신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 소외 이웃과 함께하는 성당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올해 초 ‘교구 설정 40주년(2009년)을 향한 선포식’에서 “올 한해 동안 교구 공동체가 열린 마음으로 행동하자”고 말했다. 권 주교는 특히 “신앙인들은 농민, 홀몸노인, 한부모 가정, 이주노동자, 조부모 가정 어린이들, 장애인, 결손가정 아이들 등 교구 관할 지역 사회에서 많은 아픔을 겪는 이들과 늘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올해 전교주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선교사가 된다는 것은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모든 사람, 특히 더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들의 필요를 살피기 위하여 몸을 낮춘다는 의미”라고 역설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에 따라 최근 교회내 각 사회단체들의 지역사회 참여 또한 두드러지고 있다.
수원 가톨릭여성상담소는 다양한 상담활동과 캠페인, ‘소외 받는 여성들을 위한 열린 음악회’ 등을 통해 소외받는 여성들이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지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를 비롯한 전국 교회 사회복지 기관 단체들도 본당 중심의 ‘지역사회 밀착형’ 사회복지 정책개발 및 추진에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로 다가가는 교회상 구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본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주관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관련 사회복지 정책 심포지엄’에서 한국가톨릭노인복지협의회장 이수한 신부는 “앞으로 지역사회의 여건과 노인복지 욕구를 잘 알고 있는 기관이 중심되어 유관기관을 연계 통합하고 이를 통한 재가노인복지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져야 할 것”이라며 “인적 물적 자원이 해당 지역에서 가장 풍부하고 각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복지 서비스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본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학 특강’을 실시하는 등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김태건 신부(인천 성 안드레아 피정의 집 원장)는 “본당의 뿌리가 지역인 만큼, 지역을 향한 열린 교회는 당연한 귀결”이라며 “평일에는 거의 이용되지 않는 본당 교리실과 관련 시설을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린 교회를 위한 가르침
▲ 그리스도의 구원 성업은 본래 사람들을 구원할 목적을 가졌지만 현세 질서를 개선하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교회의 사명도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의 은총을 사람들에게 전할뿐 아니라 현세 질서에 복음 정신을 침투시켜 현세 질서를 완성하는 것이다. (평신도 교령 5항)
▲ 전체 교회는 새로운 선교 상황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빛과 신앙의 즐거움을 다른 이들과 나누려는 사도적 열성을 배가하고, 하느님 백성 전체를 이 높은 이상으로 교육하여야 한다. (교회의 선교 사명 86항)
▲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참으로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든 신자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가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목헌장 1항)
▲ 교회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복음 선포를 위해서이다. (현대의 복음선교 14항)
▲ 복음화에 있어 중요한 것은 복음화가 문화를 마치 겉치장하는 것처럼 장식하는 것이 아니고 문화의 깊은 근원에까지 생명력 있게 복음화하는 것이다. (현대의 복음선교 20항)
▲ 지역 사회 안에 살면서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섭할 줄 알고 그들과 행운을 함께하고 고상하고 선한 일에 협동 단결해야 한다. (현대의 복음선교 21항)
▲ 함께 살고 행운을 함께 나누고 결속하는 것은 복음 선교의 실천을 위해 필요하고 대개는 제일가는 분야다. (사목헌장 53항)
사진설명
▶수원 칠보본당이 24시간 개방 화장실을 알리기 위해 도로변에 설치한 간판.
▶수원 능평본당은 지난 겨울 성당 내에 썰매장을 만들어 지역민들에게 개방했다.
▶인천 용현동본당이 지역민과 함께하고자 마련한 ‘아마추어에게 열린 무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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