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 쌓인 ‘화’ 뚫어 줍니다
심리·영성 지도로 우울증 집단상담
“성당은 믿음 통해 불안 치료해줘야”
오늘날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심리적 변비상태.
늘 우울하고 불안하며 답답한 상태가 지속될 때를 가리키는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의 말이다.
홍신부는 이처럼 심리적 배변활동에 적신호가 켜진 신자들을 찾아 도움을 주는 ‘전문 상담가’다. 심리학을 전공, 우울증과 신경증에 시달리는 신자들을 개인상담하며 시작한 이 일이 이제는 매주 화요일 집단상담이라는 모습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9시30분. 홍신부가 가장 바빠지는 날이다. 천주교 신자뿐 아니라 불교, 개신교, 믿음이 없는 사람까지 상담을 받기 위해 그를 찾기 때문이다. 평균 상담자는 30여 명.
그는 성당이 하나의 ‘심리치료센터’ 기능을 완수해야한다고 말한다. 믿음을 통해 불안을 치료하는 종교 본래의 ‘상담기능’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상담이 미사와 묵상과 함께 삼박자를 이룰 때 마음 속 먼지들을 깨끗이 털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자들의 ‘마음 다스리기’를 돕다보니 종종 오해에 부딪치기도 했다. 신자들의 건강을 돕기 위해 참지 말고 표현하라고 한 그의 말이 ‘화’를 참으라고 말하는 예수님의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홍신부는 그때마다 ‘절제’와 ‘억압’에 대해 설명한다. 억압이란 미래의 어떤 보상도 없이 참는 것이며, 절제란 지금보다 더 나은 어떤 것에 기대를 갖고 지금의 감정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즉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갖기 위해 참는 것은 ‘절제’이며 성경에서 하느님께서 참으라고 하신 말씀도 ‘억압’이 아닌 ‘절제’임을 이야기한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어린아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주님 앞에서는 어린아이처럼 기도해야 합니다. 아플 때는 아프다고, 즐거울 때는 즐겁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착하고 성실한 신자가 ‘화’를 지나치게 삭히고 참게 되면 그 ‘화’는 스트레스로 돌아온다. 이러한 감정들이 ‘심리적 변비’로 쌓이게 되면 신경증 증세를 보이고 급기야는 외부와 단절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다. 홍신부의 일은 꾸준한 심리상담과 영성지도로 그들의 ‘화병’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상담을 통해 본당의 분위기도 많이 밝아졌다. 올해 부임한 가좌동본당은 이제 시작이지만 이전 본당의 경우, 신자들이 웃음이 많아지고 감정표현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펼쳐온 많은 상담의 경험을 살려 심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복음묵상집도 여러 권 펴냈다. 마르코 복음 묵상집 ‘쉬다가소’, 마태오 복음 묵상집 ‘따라와, 왜 안와’, ‘너나 잘해’, ‘도반’ 등이다. 신자들이 보다 쉽게 심리학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제목을 재밌게 붙였다.
지역적 한계 때문에 상담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온라인 카페도 만들었다. ‘도반모임’이라는 이 카페에는 현재 40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카페에는 이야기방과 털어놓기 방, 창세기·탈출기 강의, 강론, 상담·교리 이야기 등이 준비돼 자신의 고민을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다. 온라인 상담을 통해 홍신부의 댓글을 받아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홍신부는 “말 못할 많은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신자들이 심리학에서 ‘화’를 다스리는 길을 찾고 자신이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으면 한다”며 “상담을 통해 더 많은 신자들이 우울과 불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문의 cafe.daum.net/withdoban 도반모임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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