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변함없는 남편의 성원 덕에 나는 여전히 뮤지컬 배우로 살고 있다.
남편은 어떤 경우에도 내 마음이 다치지 않게, 내가 걱정을 갖지 않게 늘 배려해준다.
한 예로 나는 어떤 공연 계약을 할 때 얼마 만큼의 개런티를 받는지 모른다. 내가 물어보면 그는 “당신이 조수미씨보다 많이 받는 것만 알고 있어”라고 말해준다.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늘 최고라고 믿고 지내게 해주는 따스한 배려임을 안다.
오로지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마음이 편하도록 든든히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물질적인 이익과도 관계없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최정원은 출연료 없이도 잘한다’라는 말도 돌았다고 한다.
어쩌면 특별히 얼마의 출연료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아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난 단 한번도 대우와 관련해 불평해본 적이 없다. 어떤 이들은 “이만큼 열심히 하면 어떤어떤 대우를 받아야한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렁이가 흙속에 있다고 답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르는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다. 지렁이에게는 흙속이 살아 숨쉴 수 있는 삶터인 것이다. 무대도 내겐 그러한 의미를 가진다.
반면에 물질과 관련해 마음을 비우니 CF촬영도 들어오는 등 따라오는 축복들이 많았다. 더불어 열정적인 배우, 한길만 걸어온 배우라는 수식어도 내게 주어진 큰 기쁨이다.
한번은 맘마미아 공연 때에 기적같은 일을 겪은 적도 있다. 공연 직전, 나는 몸이 너무 안좋아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쓸개에 담석이 생겼다고 했다. 국내에서 내놓라하는 실력의 의사가 100% 절개하는 수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결코 무대에 설 수 없는 상황이었고, 나는 어떤 음식도 먹을 수 없는 처지였다. 그때 매니저는 무대에 서지 말라고 수없이 말렸지만, 나는 입원 중임에도 외출증을 끊어 나가 공연을 하고 돌아왔다.
담석이 있는 채로, 굶은 상태에서 무대에 서야하는 어려움도 컸지만 수술을 하면 앞으로 다양한 공연의상을 마음대로 입을 수도 없다는 생각도 나를 더욱 절망하게 했다.
하지만 두어달을 거의 음식을 못먹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기적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병원에서 죽는 것보다 무대에서 죽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 한 행동이었다.
일주일 이상 밥한술 못먹은 상태로 무대에 섰지만 에너지가 솟아나왔다. 병원에 가만히 있을 때보다 공연할 때 덜 아프게도 느껴졌다. 물론 매니저와는 싸우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남편은 내 의견을 인정해줬고, 도리어 매니저에게 내가 아프지 않다고 하면 그것을 인정해주고, 공연할 수 있도록 밀어주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수술날짜를 잡아두고 공연을 마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한번 더 했더니 담석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의사도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고마운 남편을 만나 살면서 소중한 아이도 갖게 되었다.
살면서 많은 사랑을 했지만, 사실 그 누구한테도 무조건적인 애정을 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심지어 부모님한테도 조건없이 사랑을 드린 것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자식 만큼은 정말 무조건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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