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습요?
바보에 가깝죠”
‘동성고 100주년전’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졸업생 김추기경 드로잉, 판화 등 21점 출품
“바보같이 안보여요? 그림과 똑같지는 않아도 내 모습이 바보에 가까워요.”
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이 그린 자화상을 설명했다. “왜 그림 밑에 ‘바보야’라고 썼냐”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서울 동성고 동문회가 개교 100주년을 맞아 마련한 ‘현대미술 오늘과 내일’전이 10월 18~23일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동성고 전신인 동성상업학교를 1941년 졸업한 김추기경은 이번 전시에 드로잉 14점과 평소 아끼던 글을 붓으로 직접 쓴 판화 7점을 내놨다.
지난 5월 동문 후배인 홍익대 한진만 학장, 서울대 신현중 교수가 찾아와 동문전 작품 출품을 부탁했지만 김추기경은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간곡한 동문의 부탁에 수줍게 유성 파스텔을 들고 즉석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한 달 동안 틈틈이 그린 작품들이 전시회에 소개됐다.
검은 유성 파스텔로 그린 그의 작품들은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그린 ‘옛집’, 가로선 위에 7개의 네모를 이은 ‘기차’ 등. 특히 동그란 얼굴에 눈, 코, 입을 그린 자화상 밑에 ‘바보야’라를 글씨를 쓴 작품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생애 첫 전시회를 열게 된 김추기경은 “전시회를 하게 된다고는 상상도 한 적이 없어서 부끄럽기만 하다”며 “하루빨리 철수하기 바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번 전시에는 한진만 홍익대 교수가 그린 김추기경의 모필화 6점을 비롯 고(故) 고우영(요셉·1938~2005) 화백의 특별전도 마련됐다.
이밖에도 국내외서 활동하고 있는 화가 40여 명이 동양화, 회화, 조각, 사진, 서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출품한 동문작품전과 동성고에 재직했던 김형구, 원승덕, 임옥상 선생 등의 특별전도 함께 열렸다.
전시를 기획한 한진만(아비도) 교수는 “평소 서예에 조예가 깊으신 김추기경님께 작품 출품을 부탁드렸는데 훌륭한 작품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김추기경의 작품 판매 수익금은 장학기금으로 사용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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