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가장 멋진 공연은 바로 아기를 낳은 것이었다.
우리 딸 수아.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기쁨이고 행복이다.
자식만큼은 정말 조건없이 사랑을 주는 대상인 듯 하다. 부모님이나 남편이 아프면 빨리 낫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하지만 자식이 아프면, 날 데려가고 우리 애가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된다. 솔로몬 왕 앞에서 눈물을 머금고 아이를 포기했던 엄마의 이야기가 가슴으로 와 닿는다.
배우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느낌은 어떨까. 그게 제일 멋진 무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남편과 나는 아이를 갖고 싶다는 공감대를 가지자 바로 임신하는 기쁨을 얻었다.
몸이 계속 이상한 걸 느낀 나는 약국에서 진단약을 사서 우선 검사를 했었다. 양성반응. 그때 한참 자고 있는 남편에게 ‘우리 아이가 생긴 것 같다’고 속삭였었다. 남편은 벌떡 일어나더니 너무 기뻐하며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더니 야외 나들이 시간을 만들었다.
모두의 축하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곧바로 열린음악회 출연 준비에 분주한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연습실에서 갑자기 후배들이 “언니 빨리 화장실 가보세요”라며 재촉했다. 하혈을 한 것이다. 곧장 엠블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유산. 너무 놀랐고, ‘내가 한 생명을 무모하게 죽였구나’라는 생각에 나락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도 몸이 너무 안좋았다. 다시 더 큰 병원을 찾았다.
그랬더니 의사가 아직 아기가 살아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궁 외 임신이어서 아이가 온전히 건강히 자랄 수 있을 지 의문이고, 만약의 경우 엄마도 잘못될 수 있으니 인공임신중절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상태는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아이가 살아있는 것이 내겐 중요했다. 그날부터 오른쪽에 몰려 자리잡은 아이를 내리기 위해 매일 마사지를 했다. 몸 한쪽이 온통 멍들 정도로 힘이 들었다. 남편은 아이는 또 가질 수 있다고 나를 말렸었다. 그런데 한달 후 검사했더니 정말 아이가 중앙에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그때 난 깨달았다. “아, 아이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그리고 나는 수중분만을 떠올렸다. 한때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만난 친구가 수중분만을 했었다. 나도 아기를 위해 내게 맞는 분만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공부도 했다.
이후 임신 6개월 즈음, TV 방송국에서 연예인 중에 자연분만할 사람을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수중분만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더니, 방송국측에서는 자기들이 석달이상 찾아 헤맨 대상이라고 너무 기뻐하며 다큐멘터리 촬영을 제안했다. 당시 나는 수중분만을 위해 뉴욕으로 갈 생각이었었다.
하지만 방송국측에서는 한국에서 수중분만할 수 있는 병원 등을 물색해 볼테니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우리 딸 수아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수중분만으로 낳은 아이로 알려졌다.
나는 다큐멘터리도 즐겁게 찍었었다. 아기 낳는 것은 너무 행복한 일이지만, 사실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나를 지켜보는 이들이 많고, 내가 넘어져도 보호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또한 안도감을 줬다.
주변에서는 임신 마지막달에는 뚱뚱한 모습으로 있을 것이고, 여배우 이미지에 좋지 않다며 걱정들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진 공연은 아이를 낳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아마 아기를 다시 낳아도 수중분만으로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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