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으로 그들을 구원하고자 선교사로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오히려 구원받았고, 복음전파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라틴아메리카 페루에서 36년째 선교사목을 하고 있는 손경수 신부(메리놀외방전교회)가 10월 16일 한국을 방문했다.
“라틴아메리카 교회들은 성소자 부족으로 신자들의 신앙생활 지속이 무척 어려운 상황이고, 그러한 상황이 또 다시 성소자 부족을 낳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제·수도자·평신도가 이 곳에 눈을 돌려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선교성소에 함께 해 주길 바랍니다.”
현재 페루의 성소자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교구를 기준으로 한국은 30만 신자 대비 200명이 넘는 사제가 활동 중인데 비해 페루는 40여 명 정도의 사제가 있으며, 그 중에서도 은퇴사제를 제외하면 15명 남짓한 사제가 활동하고 있다.
주임신부가 없는 본당이 더 많고, 대부분 수도자나 평신도가 운영하고 있다. 신자들은 1년에 한번 꼴로 미사를 봉헌하고 있으며, 사제는 여러 지역의 미사집전을 위해 자동차로 5~8시간씩 이동해야만 한다.
이렇게 힘든 여건 속에서도 손신부가 오랫동안 선교사목 활동을 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페루 신자들의 굳건한 신앙의지 때문이다.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페루에서 선교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가족과 이웃, 특히 대부모-대자녀 관계를 중시하고 그 속에서 신앙의 의미를 찾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며 참 기쁨과 참 신앙을 경험했습니다.”
1979년 미국 메리놀외방전교회에서 한국인으로 처음 사제품을 받은 손신부는 2004년부터 지난 7월까지 ‘라틴아메리카 한국 가톨릭선교사회’ 회장을 맡았고, 현재는 라틴아메리카 주교단(CELAM) ‘선교영성분과 위원회’ 총무를 담당하고 있다.
휴가차 일시 귀국한 손신부는 대구와 경주, 안동 전통문화유적을 탐방하고 18일 두봉 주교와 오찬을 했다. 19일부터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본부에 머무른 후 11월 9일 페루로 돌아간다.
우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