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계급이 높은 균은?”
“대장균!”
굳은 표정의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한다. 깊어가는 가을, 비마저 내려 갑자기 쌀쌀해진 10월 19일. 무채색 외투를 걸친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남양주 종합촬영소 건물에 옹기종기 앉아 게임을 하는 중이다.
이들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7개 행려인 쉼터 가족들. 우리집 공동체, 수선화의 집, 베들레헴의 집, 프란치스코의 집, 한마음 나눔의 공동체, 하상 바오로의 집, 사랑의 나눔회 가족들까지 총 38명이 ‘가을소풍’을 나왔다.
촬영소 견학, 맛있는 점심, 영화관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치고 이제 남은 시간은 즐거운 오락 시간. 여성시설인 수선화의 집에서 소풍 나온 여성들 때문에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분위기만은 화기애애하다.
넌센스 게임이 끝나고 O·X 퀴즈가 진행되자 모든 가족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문제는 어렵지만 오늘 사귄 친구를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재미에 입꼬리도 덩달아 올라간다.
“1년에 31일이 있는 달은 8달이다? 맞으면 O, 틀리면 X!”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옮겨 다니던 아저씨가 슬쩍 돌아선다. 그리고는 주먹을 꺼내 손등마디를 세기 시작한다. 게임도, 사람도 무르익었다.
행려인복지 담당 김요아킴 수사(작은 형제회)는 “가을소풍은 ‘우리는 밥을 주고, 행려인들은 밥을 받는다’는 상황에서 벗어나 그들을 ‘진짜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자리”라며 “많은 행려인들이 초등학교 시절, 그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마음껏 웃고 즐긴다”고 말했다.
이제 쉼터로 돌아갈 시간. 한 아저씨가 귀가 들리지 않아 연신 우두커니 앉아있던 할아버지 행려인에게 O·X 퀴즈로 탄 상품을 슬그머니 전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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