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 결속 시키고 교회 소식 알리는데 최선”
제6주 (10월 25일) 주 제 : 회장제도의 확립 발제자 : 세종대학교 방상근 교수
사목협의회란 주임신부의 자문에 응해 본당운영과 사목활동을 돕는 기구다. 오늘날 사목협의회와 같은 역할을 예전에는 회장이 도맡아했다.
‘회장’이라는 명칭은 1797년 중국 북경교구 구베아 주교가 사천교구장 생 마르탱 주교에게 보낸 서한에서 처음 나타난다. 이러한 회장제도는 1795년 주문모 신부가 조선에 들어와 실시한 것이다.
신유박해 이후 교회는 와해되고 각지에 교우촌이 형성되면서 교회에는 교우촌회장과 공소회장이 절실하게 된다. 흩어진 교우들을 결속시키고 교회 소식을 알리는 등 신앙생활을 이끌어갈 수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1830년대에는 프랑스 선교사들이 입국해 전국을 순방하며 각지에 회장을 임명하고 승인하는 역할을 했다. 뽑힌 ‘회장’들은 계속되는 박해로 인해 사제가 없던 시기에 조선교회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베르뇌 주교의 사목서한인 ‘장주교윤시제우서(1857)’를 보면 어린아이 대세, 혼인 입회 등 회장의 직무가 명시돼있다.
이후 ‘회장규조(1873-한문본)’를 보면 임명, 덕목, 본분에 대한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1887년 블랑 주교에 의해 법조문화 돼 ‘한국교회지도서’에 수록된다. 또 1910년대에는 회장의 직분을 중점적으로 다룬 지도서 및 지침서들이 만들어진다. 한국교회의 회장제도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교회의 인정을 받고 서서히 정착한 것이다.
1917~1918년에는 경향잡지에 ‘회장직분’이 연재되고 이것을 토대로 1923년 단행본이 간행됐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모든 지도서의 내용을 종합해 놓은 것으로서 본당회장, 전교회장, 여회장 등의 명칭이 처음으로 사용됐다.
회장의 지위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회장규조에는 ‘신부를 도와 성교사무를 처리하고 신부가 없을 때 지방의 성교일을 지도한다’고 돼 있으며 회장필지에는 ‘공소의 두목으로서 본당신부를 대신하는 자’라고 쓰여 있다. 회장직분에는 ‘각 지방이나 공소에서 사제를 도와 사람들을 교육하거나 보호하는 자’, 한국가톨릭지도서에는 ‘신자회의 회장’으로서 해석한다.
이같은 내용을 보면 이전 회장과 현재 회장의 역할을 비교해 그 비중을 알 수 있다. 당시 회장이란 평신도의 대표, 신부와 교우의 중개자, 공소운영자, 본당 운영의 조력자였다는 것이다.
또한 회장은 다양한 임무를 맡고 있었다. 대세, 혼배주례, 교우관리 및 권면, 전교, 교육, 행정, 임종 및 병자 관리, 재산 관리 등이다. 현재 각 본당협의회 분과들이 나눠맡고 있는 일을 당시에는 회장이 처리해야만 했던 것이다.
회장을 존경해 교우들도 예의를 갖췄다. 회장을 스승과도 같이 따르며 어른으로서 순종했던 것이다. 이처럼 회장제도는 한국교회의 고유한 제도로서 확립, 정착된다.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변화를 겪는 가운데 1995년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는 이전의 교회지도서와 달리 회장에 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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