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팔·다리 되어 살아온 20년
대구·경북 9개 한센인 마을과 병원서 봉사
인력봉사·대화·미사봉헌 함께 하며 정 나눠
“초대 순교자들의 신심을 본받아 소외된 이웃들에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자.”
1987년 9월 21일 열악한 환경에 있던 한센인촌 은양원(경북 고령군 우곡면)을 돕기 위해 설립된 봉사단체 아가페회(회장 장휘지)가 올해로 만 20년을 맞았다.
아가페회는 하루 세끼 먹고 살기도 빠듯했던 80년대에 가족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한센인들의 벗이 되길 자청한 신자 10명이 모여 시작됐다.
초기 아가페회는 일주일에 2~3번씩 은양원을 찾아 그들의 불편한 팔, 다리 역할을 자청해 청소, 빨래, 요리 등 집안일을 거들어주며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여줬고, 은양원 가족들도 차츰 이들을 피를 나눈 가족보다 더 가깝게 느끼고 의지했다.
이후 은양원 자리에 들꽃마을이 들어오면서 이들은 대구·경북 내 한센인촌으로 분산됐고, 아가페회의 봉사 장소도 대구·경북 전역으로 광범위해 졌다.
아가페회 회원들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에 감명을 받고 자발적으로 늘어난 회원들이 어느덧 13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의 활동범위도 대폭 늘어 현재는 신동 예생원, 영덕 신예원, 의성 신락원, 거창 협성원, 풍산 계명원 등 대구·경북지역 9개 한센인마을과 들꽃마을, 평화계곡, 군위 소보둥지, 경주교도소, 칠곡 한센인병원 등지서 다양한 봉사를 펴고 있다.
아가페회는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2000년 5월부터 매달 ‘아가페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다. 매달 아가페회 회원들이 활동한 내역을 정리하고, 다음달에 방문할 곳을 미리 알려 회원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다.
아가페회를 창설하고 20년 간 한결같은 봉사를 해오고 있는 장휘지(필라메나) 회장은 “20년 전에는 주로 인력봉사를 했지만 요즘은 같이 대화하고,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며 영적 편안함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가페회 회원들은 설, 추석, 부활, 성탄이면 더욱 분주하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이들에게 명절은 평소보다 더 큰 외로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아가페 회원들은 특별한 날이면 매월 회원당 1만원씩 낸 회비로 소박한 선물과 잔치상을 마련한다.
설, 추석 등 명절에는 윷놀이 잔치를 열어 함께 윷가락을 던지고, 음식을 나누며 한센 환우들의 허전한 마음을 감싸준다. 또 부활과 성탄에는 직접 천을 사서 한땀한땀 정성을 다해 만든 버선과 선물을 더해 이들에게 전한다.
특히 아카페회는 한센 환우 마을마다 성지순례를 실시하며 신자들의 신심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해 오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종교가 없었던 알코올 중독자가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났고, 냉담 중이던 신자가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했으며, 싸웠던 이웃끼리 화해를 하는 등 신앙적으로 뜻깊은 결실을 맺기도 했다.
장회장은 “아가페가 피붙이 보다 낫다고 한마디 들으면 이 일이 우리가 할 일이다 싶다”며 “늘 기도하며 봉사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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