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수녀님들의 수도 공동체 전례를 담당하는 관계로 새벽미사가 많습니다.
거의 매일 수녀님들을 만나다 보니 가장 걱정되는 것이 강론이었습니다. 짧게 한다고 하는데 매일 하다 보니 별로 할 말도 없고 나보다 훨씬 수녀님들이 기도도 많이 하시고 열심히 사시기에 딱히 드릴 말씀도 없는 게지요. 사실 강론은 짧은 게 제일 좋은 것 아닙니까? 신자들도 짧으면서 굵은 강론을 좋아하지요. 미사 때 제일 좋은 순간이 퇴장성가 부를 때라고 하던데….
새벽미사 때에는 모두들 잠이 덜 깬 상태라 목소리도 잘 안 나오고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좀 활기차게 시작하는 방법을 찾았는데, 강론 때 퀴즈나 유머러스한 이야기를 가끔씩 준비하는 것입니다.
“수녀님. 가수 비가 있는데요. ‘비가 L.A로 간다.’ 이것을 넉 자로 줄이면 뭐라고 하지요?” 모두드 ‘이 신부님이 오늘 와 이라노. 못 먹을 걸 먹었나’ 이런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시더군요. “답은 L.A갈비입니다” 그러면 반응이 ‘와, 그렇네’하고 나와야 되는데, 젊은 수녀님만 알아듣고 나이 지긋하신 수녀님들은 도대체 알아듣지를 못하십니다. 그래도 미사 중이라 말은 못하고 아침 식사 때 물어보신답니다. “비가 누구고.” “비가 왜 L.A로 가노.” “L.A에 비가 와 오노.” 이렇게 반응이 다양하다고 합니다. 분위기 썰렁하게 만들었지요.
“수녀님, 감사는 무엇이지요?” “예, 감사는 과일 ‘감’과 ‘사과’입니다.” 썰렁한 이야기지요.
그런데 이런 내용은 반응이 좋습니다. 웃어 주시고 얼굴에 미소 가득 퍼지고요. 분위기 띄우려는 신부 모습이 가여워서 저렇게 웃어주시는 건가 싶어도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기에 기쁨 가득합니다.
교구 선배 신부님이 제가 이렇게 사는 것을 아시기에 저보고 이러더군요.
“최신부. 최신부 있는 병원은 에어콘 필요없겠어. 썰렁함으로 분위기 시원하게 해 주잖아.”
‘웃음은 최고의 명약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책에서 읽었는데 어린 아이들은 하루에 450번까지 웃는 반면 어른들은 하루 평균 15번 밖에 웃지 않는다고 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웃음은 심장을 마시지해서 혈액순환을 자극하고 숨쉬기를 편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고혈압, 편두통, 위궤양 등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병원은 생명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긴장의 연속으로 직원들과 환자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좀처럼 찾기 어렵습니다.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저로서는 많이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저에겐 누구도 가지지 못한 썰렁함이 있지 않습니까? 이 썰렁함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합니다. 이것은 다른 이들을 위해서 라기 보다는 오히려 제 자신이 더 밝게 살기 위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느님의 속성은 웃음입니다. 세상과 사람을 만드시고 얼마나 기뻐하고 좋아하셨는지 그래서 이름까지도 ‘에덴(기쁨)’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주위 반응이 아무리 썰렁해도 저의 개그는 계속될 겁니다. 쭈욱~
최경식 신부 (마산교구 병원사목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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