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아이들의 들숨
희망은 아이들의 날숨
흰둥이가 똥을 누었다. 흰둥이는 작은 개이니 ‘강아지똥’이다. 모두들 강아지똥을 쓸모없고 더러운 물건이라고 피했다. 하지만 비가 오던 어느날, 강아지똥은 녹아 민들레의 거름이 됐다. 민들레가 예쁜 꽃을 피웠다. 강아지똥은 행복해했다.
# 강아지똥 철학을 바탕으로
‘남보다 위에 서고 앞서 나가며 더 커지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가르치는 세상 속에서 더러운 것이 아름다운 것이고 미천한 것이 거룩한 것이며 앞서가기보다는 어울려 가는 것이 값진 일이라는 것을 알도록 돕고자 합니다.’
‘강아지똥’의 철학을 바탕으로 세워진 즐겁고 유쾌한 시골 방과 후 학교, 충북 청원군 청천면 솔맹이골 ‘하늘지기 꿈터’를 찾아가는 길은 설레었다.
정문도, 담도, 울타리도 없다. 입구를 들어서니 목판에 새겨진 ‘하늘지기 꿈터’라는 글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방과 후 학교라는 명칭보다 잘 어울린다. 마당에는 곶감이 주렁주렁 매달려있고 교실 외벽에는 재미있는 벽화가 잔뜩 그려져 있다. 꿈터를 맡고 있는 성심수녀회 남궁영미 수녀가 인사를 한다.
“2005년 개원을 하면서 일주일간 아이들이 그린 벽화에요. 처음 모였을 때 싸움이 잦기에 공동체로 묶어내는 작업을 한 거죠. 자신의 꿈, 자연, 활동 등을 함께 그려내며 아이들도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하늘지기 꿈터’라는 목판도 아이들이 힘을 합쳐 새긴 것이다. 말린 곶감도 아이들이 널어놓은 것이다. 반갑다고 내준 감잎차도 아이들이 함께 말린 것이다. 이제 보니 이곳 아이들, 못하는 것이 없다.
# 유기농 생산공동체 ‘솔뫼농장’ 곁에
이곳에는 남달리 젊은 귀농인들이 많다. 토박이 농민들과 귀농인이 함께 유기농 생산 공동체인 ‘솔뫼농장’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부모로서는 아이들의 교육에 많은 어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 오랜 바람을 받아들여 성심수녀회와 예수회가 2005년 함께 ‘하늘지기 꿈터’를 열었다.
이곳 아이들은 기본적인 의식주는 스스로 해결한다. 남궁영미 수녀가 쌀을 씻고 김치를 내놓으면 나머지는 모두 아이들의 몫이다. 볶음밥, 주먹밥, 찐 감자 등 요리에는 ‘도’가 텄다. 피아노, 컴퓨터, 영어 등 학원을 전전하는 도시 아이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일상이다.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도 체험한다. 2005년에는 무, 배추 등 김장채소를 길러 파키스탄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왔고, 올해 4월에는 바자를 열어 소외된 이들을 돕기도 했다.
# 끊임없이 아이들과 호흡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의 흔적이 더 짙다. 교실로 쓰는 좁은 방에는 세계전도가 붙어있고 아이들이 그린 낙서 등이 즐비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낙서가 아니다. 역사의 한 장면을 만화로 그려낸 것이다. 우리의 뿌리를 아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꿈터 아이들은 역사에 대해 깊이 아는 편이다.
공부방법도 다르다. 인터넷, 책, 사전 등을 통해 조를 이뤄 조사한 뒤 만화나 글 등 창의적으로 표현한 후 발표한다. 과제들은 한달간 벽에 붙어 전시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한가지 주제에 도사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꿈터는 끊임없이 아이들과 함께 호흡한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다. ‘지구를 지키자’는 교과서적 환경교육은 이제 그만이다. 새만금 등 환경문제들이 일어나는 곳을 방문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냉장고 여는 횟수 줄이기’ ‘에어컨 끄기’ 등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행동도 실천한다.
여러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실무자들을 초청해 강연도 듣는다. 이 가운데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꿈을 찾고 스스로 옳고 그른 것을 가려낸다. 또 장애체험, 자신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내가 내는 방학숙제’, 스스로 상장을 수여하는 자기성장 축하식, 야외 영화감상, 부모·교사교육 등 아이들의 꿈의 키는 자라나고 있다.
#내년엔 인도 캘거타로
초등학생만으로 시작한 하늘지기 꿈터는 이제 중등과정을 시작했다. 현재 초등학교 1~6학년 18명과 중학교 1, 2학년으로 구성된 중등부 4명이 꿈터 학생들이다.
꿈터의 꿈은 부쩍부쩍 자란다. 2008년에는 인도 캘거타 마더 데레사의 집으로 자원봉사를 갈 생각이다. 성가복지병원 등에서 일하며 ‘봉사’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감자농사와 흙벽돌을 찍어 판 수익금으로 여행비를 마련해보겠다고 기특한 뜻을 함께 했다.
남궁영미 수녀가 말했다. “오히려 제가 아이들에게 많이 배우지요. 자연과 함께 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복음적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진설명
▶야 신난다. 선생님과 함께 고백신놀이를.
▶곶감을 만들기 위해서 “영차 영차”.
▶난 스파이더맨. 하지만 거미줄에 걸리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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