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신자라는 소극적 입장 벗어나야”

제7주 (11월 1일)

주 제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평신도 위상과 신자생활

발제자 : 한국교회사연구소 명예소장 최석우 몬시뇰

우선 평신도는 듣고 따르는 교회로서 교회의 재치권에 참여하지 못하고 그 담당자인 성직자의 권능을 오히려 용인해야 한다. 그러나 결코 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교회의 모든 권능과 모든 제도, 교계제도는 모든 신자의 구령이란 유일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평신도도 일정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의 평신도의 권리는 ▲필요한 구령수단을 받을 권리(성사, 준성사) ▲묘지사용, 결사의 권리, 신심회의 선거권 ▲교회재산 관리 ▲긴급할 때 주는 대세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일본교회는 ‘평신도’에서 ‘평’자를 빼고 신도라고 말한다. 우리도 ‘평’자를 빼야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의식이다.

우선 평신도란 말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준비위원회에서 문제가 된 사실을 언급하고자 한다. 신학자가 제창하는 ‘평신도’ 원래의 의미가 이해된다 하더라도 현재에 와서는 어떤 의미에서 부정적인 뜻을 가지는 말, 즉 성직자의 환속 등을 상기시키는 말로 문제가 됐다.

준비위원회는 이 점에서 난처했으나 이 단어를 대신하는 적당한 용어를 발견할 수 없었으므로 그 말을 사용하되 명확한 정의를 표시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신도란 신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정의로서는 교회헌장 31조 처음의 말, ‘여기서 말하는 신도는 신품을 받은 자, 또 교회 안에서 인가된 수도 신분에 속하는 자 이외의 모든 신자이다’라고 한다. 하지만 신도의 신분이 그렇게 소극적인 것일까. 결국 7억의 가톨릭교도의 대부분을 차지해 가톨릭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저변적 존재, 그것이 ‘신도’인 것일까.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1963~ 1964년 신학위원회와 평신도 사도직 위원회와의 합동위원회가 열렸다. 그 때 ‘신도’라는 말에 일정한 정의를 주기보다는 ‘신도’라는 신분을 명확하고 상세히 묘사해야 할 것이라는 제안이 있었고, 이 제안에 따라 ‘신도’의 입장이 명시되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교회헌장 31조에 있는 ‘신도’의 묘사이다.

즉 세례로써 하느님 백성에 첨가되니 그들의 양식대로 그리스도의 사제직, 예언직, 왕직에 참여하는 자들이고 그리스도를 믿는 백성 전체를 위해 사명을 다하는 그리스도인인 것이다.

이것은 사제직에도 수도생활에도 불리지 않은 이른바 일반 신자란 소극적 입장이 아니고 ‘현세적 일에 종사하고 그것들을 하느님에게로 질서를 세움으로써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론 신학적 논거에 기인한 당연한 개념이지만 지금까지는 별로 강조되지 않았다. 종래의 교회론에서 교회의 교권이 강조된 결과 가르치는 교회와 가르침을 받는 교회, 나아가서는 명령하는 교회와 따르는 교회로 구별되어 신도의 소극성을 오히려 지지해왔던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재확인한 교회상의 중심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교회이다. 성직자와 신도를 언급하기 이전에 양자의 공통 기반으로서의 그리스도교 신자라는 주장이 중요하다. 평신도는 하느님의 백성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