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질병을 앓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대부분이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 11월 3일, 서울 보문동 베다니아의 집에서 만난 당테흥(37)씨도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테흥씨는 조금 달랐다. 동료에게 빌린 한국어-베트남어 사전을 옆에 두고 가능한 많은 부분을 전하려고 했다. 그만큼 그에게는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베트남에서 택시기사와 버스기사를 전전했지만 너무나도 적은 월급에 당테흥씨는 핏덩이 아들을 두고 한국행을 결심했다. 2004년 연수생 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페인트 노동자로 일하며 월급 100만원 중 대부분을 집에 부쳤다.
고되지만 행복했다. 베트남에 돌아가면 어느 정도 집을 마련하고 살 수 있겠다는 꿈도 꿨다. 하지만 행복한 날들은 얼마 가지 않았다.
2년 전부터 자주 배가 아파왔다. 송금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병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베트남에서 가져온 약 ‘배 아픈데 먹는 날’을 먹으며 하루하루 견뎌내기만 했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통증이 심해졌다. 화장실을 자주 찾았고 하혈도 시작됐다. 겨우 찾은 병원은 당테흥씨에게 대장암 3기를 선고했다.
다행히 대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대장과 요도가 붙어 있었고 요도에서 암세포가 발견된 것이다. 상태는 심각했다. 지속적인 항암주사와 방사선치료가 필요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고 싶은 사람을 묻자 ‘딸’과 ‘아들’을 꼽는다. 밝아 보이려고 애쓰던 얼굴도 금세 어두워졌다. 딸이 전화로 “아빠, 많이 심심해, 빨리 건강해져”라고 한다고 했다.
부인은 아이들을 위해 시장에서 야채를 내놓고 팔기 시작했다. ‘고생’이라는 짧은 단어와 ‘많다’라는 단어를 말하며 손짓, 발짓을 하는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테흥씨와 절친하다는 베트남 동료가 간곡히 부탁할 것이 있다며 손을 잡아끈다. “당테흥, 매일 가족사진 봅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 도움 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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