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신부! 여복이 넘치는 구만. 예쁜 간호사들하고 지내니 좋아?” 선배신부님이 자주 이런 말을 하십니다. 사실 병원에 있으면 제일 많이 부딪히고 만나는 사람들이 간호사들입니다. 간호사는 백의의 천사라고 하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천사 유지하기가(?) 쉽지 않음을 많이 느낍니다. 직업의 특성상 환자들과 의사 선생님 사이에 있다보니 많은 긴장 속에서 스트레스도 많고 노동강도도 어느 직업 못지 않게 셉니다. 병원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함을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음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몇 달 전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겨 피부과 진료를 받고 엉덩이 주사를 맞았습니다. 주사실에 기다리고 있으니 잘 아는 간호사가 왔습니다. 주사놓을 환자가 신부라는 것을 알고 당황하길래 제가 미리 “어느 쪽 엉덩이를 대령할깝쇼?”하고 애교(?)스럽게 얘기하니 간호사가 수줍게 웃더군요. 그 주사 덕분에 빨리 나을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선 물론 의사 선생님들과도 많이 만납니다. 그 분들도 많은 긴장속에 살다보니 스트레스 또한 많습니다. 어떤 수술은 10시간도 넘게 걸리니 그런 경우엔 긴장감도 크고, 환자 돌보며 수술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 지 모를 정도로 바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 분들은 무엇보다도 의료진의 따뜻한 배려의 손길을 기대합니다. 특히 의사선생님들 한마디 말에 서운해하고 혹은 감동합니다. 의사나 간호사 혹은 병원의 직원들로부터 서운함을 경험하면 몸의 병보다 우선적으로 마음의 병까지 얻게 됩니다. ‘왜 환자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면 안될까?’ 이런 마음이 한번씩 듭니다. 하지만 병원의 많은 간호사와 의사들, 방사선 기사, 원무과 직원 등등 많은 직원들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고충을 조금씩 알아가니까 그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도 함께 갖게 됩니다.
예수님의 따스한 온기는 환자들뿐 아니라 병원에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에게도 필요함을 알기에 그분들의 가정을 기억하며 기도 드려 봅니다.
큰 수술을 마치고 나온 의사선생님께 그 환자 상태를 물어보았더니 “수술은 잘 끝났어요. 나머진 하느님께 맡기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는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아무리 훌륭한 의료진과 첨단 장비가 있어도 그것은 한계가 있는 법, 하느님의 은총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참다운 치유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은총이 있어야 빠른 치유가 이뤄짐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어떤 마을에서든지 병자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중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병자들을 손수 어루만져 주시고 그들의 고통을 헤아려주셨습니다. 예수님이 하셨던 생명의 일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하느님의 도구입니다. 그들은 특별한 탈렌트를 받은 분들이며 사회 구석구석에서 그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이 생명에 봉사하는 이들, 특별히 병원에 근무하는 많은 이들에게 함께 하시길 빕니다.
최경식 신부 (마산교구 병원사목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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