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교회의 능동적 구성원으로 날개짓 하라
평신도 교육에 대한 사목자 인식전환 급선무
신학, 영성심화, 사회현안 등 차별화 교육 필요
전문성 띤 평신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개발도
2007년 교회는 한껏 들떴다. 타 종교에 비해 교세가 한층 성장했음을 알리는 통계가 나왔고 이는 교회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 충분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양적 성장의 언저리에는 교회의 질적인 성숙과 쇄신이라는 숙제도 남겨졌다.
11월 18일은 평신도주일이다. 평신도는 교회의 핵심 구성원이자 사회 속에서 교회의 모습을 가장 먼저 드러내는 주인공이다. 따라서 교회의 내적, 질적 성장의 열쇠는 평신도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신도 교육의 활성화와 평신도 지도자 양성은, 때문에 교회가 당면한 실천 과제이다.
평신도주일을 맞아 평신도 교육의 중요성과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 문제점을 짚어본다. 아울러 교회의 모든 평신도가 교육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해 교회와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본다.
평신도 교육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교회는 그동안 문헌과 사도적 권고, 지역교회의 시노드를 통해 수없이 강조하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도적 권고 ‘평신도 그리스도인’ 제57항에서 포도나무와 가지를 비유해 ‘모든 사람은 자유를 가진 상태에서 자라고 성숙하여 열매를 맺도록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다’며 ‘부르시는 하느님과 그 책임을 수행하도록 요청받는 인간 사이의 이러한 대화에서 평신도의 전인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의 가능성뿐 아니라 필요성이 나온다’고 밝힌다.
또 59항에서는 ‘자기 고유의 소명과 사명에 대한 발견과 실천에서, 평신도들은 교회의 구성원이라는 성격과 인간 사회의 시민이라는 성격을 통합시킬 수 있도록 교육받아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교황청 평신도평의회도 1987년 발표한 문헌 ‘평신도 교육’에서 ‘평신도들이 특히 사회에서의 증언과 봉사임무를 수행하도록-심지어 교회 안에서의 봉사임무 수행을 통해서도-교육을 받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필수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교구 시노드의 논의를 담은 최종문헌에서 사제 양성뿐만 아니라 평신도의 양성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러한 교육의 주요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교회 안에서 평신도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평신도사도직협의회와 사도직 단체 뿐 아니라 교구와 본당 등에서도 평신도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신자들의 참여도 과거에 비해 월등히 늘어나고 있다.
가톨릭신문이 창간 80주년을 기념해 펴낸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에 따르면 평신도 2명중 1명이 교구와 평신도 단체 주관 교육에 참가했다. 과거에 비해 지극히 높은 수치다.
또 48.2%의 신자들이 현대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전문화된 교육을 받기 위해 평신도 단체 주관 교육에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앙 교육의 도움 정도에 있어서도 본당 주관 교육(91.9%), 교구 주관 교육(82.7%), 평신도 단체 주관 교육(75.9%) 모두 70%가 넘는 만족도를 보였다.
어려움도 있다. 본당이나 교구 차원의 교육은 아직 사순, 대림특강이나 피정, 구, 반장 교육 등 틀에 짜인 프로그램에 머물고 있다. 평신도 교육의 전문성을 띠고 평신도 지도자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평협과 사도직 단체의 교육도 미흡하긴 마찬가지.
서울평협이 ‘평신도 학교’를 개설해 연중 연령과 성별, 계층별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교구의 벽을 넘어서기에는 아직 벅차다. 일부 교구는 관할구역이 넓은데다가 교육을 진행할 강사도 없어 연중 한 두 차례 본당 사목회장만을 대상으로 한 연수나 총회, 교구장 특강이 교육의 전부인 경우도 많은 형편이다.
깨어 공부하는 평신도를 위한 교회의 노력이 현재완료가 아닌 진행형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회의 전폭적인 지원과 평신도 교육에 대한 사목자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평신도 교육과 지도자 양성을 바라보는 사목자들의 인식이 우선 전환돼야 한다. 아직까지 성직, 수도자 중심의 모습을 벗겨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공부하고 싶은 평신도들의 열정만으로는 교육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어렵다.
평신도들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교육을 접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많은 교육기회가 있어도 참여하는 평신도가 없다면 현재의 모습처럼 일회적이고 타성에 젖은 알맹이 없는 교육이 반복될 뿐이다.
교육 내용에 대한 전반적인 쇄신도 필요하다. 본당과 교구 주관 교육이 주로 평신도들의 신앙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평협과 사도직 단체 등은 본당이나 교구에서는 접하기 힘든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신학과 사회 현안에 대한 교육을, 수도회는 평신도들의 영성생활을 북돋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 또한 일회성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프로그램으로 진행돼야 함은 자명하다.
평신도 교육의 교구 간 편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과 교회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도 제안되고 있다. 현재 서울평협은 ‘평신도 학교’ 일환으로 마련된 공의회과정을 동영상으로 제작, 홈페이지에 공개해 지방 교구 평신도들도 안방에서 강의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구 간의 벽을 넘는 협력과 매체 활용을 통해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할 기회를 평신도 누구에게는 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울평협‘평신도 학교’
신앙교육 체계화, 세분화로 평신도 교육 활성화 이끈다
올초 ‘신앙성숙을 위한 성인 교육 강화’를 2007년도 중점사업의 하나로 택한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회장 한홍순, 담당 민병덕 신부)는 평신도 신앙교육을 강화하고자 ‘바티칸공의회 학교’를 포함한 ‘평신도 학교’를 개설했다.
‘평신도 학교’는 그동안 평협이 실시해 온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합한 것으로 ‘공의회 과정’, ‘선교포럼’, ‘여성지도자 교육’, ‘정의평화 토론회’, ‘가정문제 워크숍’, ‘사회교리학교’ 등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단발적으로 진행돼 오던 각종 프로그램을 평신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여 교육을 체계화 시켰을 뿐 아니라 계층과 교육내용도 세분화 한 점이 특징이다.
현재 2학기가 진행 중인 ‘공의회 과정’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16개 문헌 전체를 아우르는 심화교육과정으로 평신도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공의회 과정은 서울평협 홈페이지(www.clas.or.kr) ‘동영상 갤러리’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지난 해 명동에서 열렸던 ‘선교포럼’은 교구 동, 중, 서서울 지역에서 지역 평신도들과 함께 하는 교육으로 재편됐다. 평신도들이 교회로 찾아오기 보다는 교회가 직접 평신도들을 찾아나서 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은 눈에 띄는 시도이자 변화다. 특히 평신도 지도자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하던 평협이 지역의 일반 신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서울 평협의 ‘평신도 학교’는 교구 평협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평신도 교육 프로그램으로 평신도 교육 활성화를 꾀하는 각 교구와 평신도 단체들을 위한 모범 사례라는 점에서 뜻 깊다.
다만 아직까지도 교육 참가자 대부분이 본당의 평협회장단이나 교구 평신도 사도직 단체 회원이고 일선 본당 평신도들의 참여가 여전히 저조한 것은 어려움으로 남아있다.
사진설명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5월 18일부터 1박2일간 서울 합정동 꾸르실료 회관에서 가진 '2007 본당 사목협의회장 연수'.
▶'평신도 학교'의 '공의회 과정'은 현재 2학기가 진행중이며 평신도들의 큰 호응을 얻고있다. 교육영상은 서울평협 홈페이지 '동영상 갤러리'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지난 7월 14일 서울 광장동 성당에서 '가난한 이들과 선교' 주제로 제2차 선교 포럼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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