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와 관계 개선 노력 결실…“사우디 내 가톨릭 신자 사회발전에 큰 기여”
【바티칸 외신종합】전 세계 그리스도교회를 대표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이슬람 성지의 수호자 압둘라 사우디 국왕과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 성사됐다.
중동 평화와 경제협력 등을 논의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을 순방 중인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11월 6일 로마 교황청을 찾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했다. 이번 만남은 138명의 이슬람 성직자들과 지식인들이 교황에게 서한을 보내 가톨릭과 이슬람 간 상호 이해와 존중을 촉구한 뒤 이뤄졌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만남에서 압둘라 국왕의 두 손을 잡으며 환대했으며, 이후 교황의 개인 서재에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약 30분간의 비공개 면담이 이뤄졌다고 교황청 관계자가 밝혔다.
교황청은 면담 후 열린 공식 발표를 통해 “교황이 압둘라 국왕과 사우디의 번영을 기원하는 한편 주로 필리핀에서 이주한 노동자들로 추산되는 약 100만 명의 사우디 내 가톨릭 신자들이 사우디 사회에 미친 기여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압둘라 국왕은 이날 교황에게 이슬람 국가의 전통에 따라 ‘보석이 박힌 검’과 ‘야자나무와 낙타를 탄 사람 형상의 은조각상’을 선물했으며, 교황은 이에 대한 답례로 ‘16세기에 제작된 판화’와 ‘금으로 만들어진 교황메달’을 전달했다. 압둘라 국왕은 교황 알현 후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교황청 국무장관과도 개별적인 면담을 가졌다.
한편 교황과 압둘라 국왕의 이번 만남을 두고 전 세계 외신들은 ‘교황이 역사적인 첫 과업을 이룩했다’며 최근 이슬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교황은 지난해 11월 터키 이스탄불의 한 이슬람성당에서 열린 기도의식에 참여한 바 있으며, 지난 6월에는 종교간 대화위원회를 복원하고 프랑스의 장-루이 토란 추기경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5년 이슬람권에 속하는 모로코를 찾아 하산 국왕과 면담했으며, 1996년에는 튀니지아를 방문했다. 또 2001년에는 시리아 다마스커스의 이슬람 성당에서 기도를 바침으로써 역사상 처음으로 이슬람 성당에서 미사를 거행한 교황이 됐다.
현재 바티칸시국은 이슬람 국가를 포함한 176개 국가들과 외교적 관계를 수립하고 있으나, 사우디와는 공식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이슬람의 주요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가 위치한 사우디는 자국 내에서 이슬람교 외 모든 종교의 공공 전시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타종교 성직자의 입국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로마에 5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난 1995년 중앙 이슬람 사원을 완공하고 자유로이 전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황청은 로마의 이슬람 사원 건립 이후 사우디도 이에 상응하는 호혜적 자세로 종교 자유를 보장할 것을 기대해왔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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