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희망’의 또 다른 이름
‘웃음=행복’아니라
웃다보면 행복해져
대개 이치에 맞지도 않는 말을 하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거 참 웃기는 사람이네!”라고 말하곤 한다. 때로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하는 친구에게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고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웃긴다’는 말이 주는 함의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무미건조하고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 속에서 어쩌면 ‘웃기는’ 상황은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고, 사물과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여유로움, 빽빽하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일상에서 조금 비켜나 있을 수 있는 여백을 준다. 터무니없는 말로라도 살짝 웃을 수 있는 상황이야말로 현대인들에게 숨쉴 공간을 주는 고마운 시간일 수 있다.
최근 들어 한국인들의 가장 대중적인 여흥인 TV 방송에서 코미디, 개그 프로그램이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른바 웃음 치료라는 것이 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어쩌면 ‘웃기지 않는’ 현대 사회의 무미건조함을 탈피하려는 현대 사회의 안간힘일지도 모른다.
# ‘웃음’은 강력한 경쟁력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그런게 무슨 직업?”이라고 할 만했던 ‘웃음치료사’, ‘유머 컨설턴트’가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정신적인 질병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질병 치료에도 웃음이라는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서비스를 주요 상품으로 하는 기업체들 뿐만 아니라, 손님을 만나는 모든 업종에서 ‘웃음’은 강력한 경쟁력으로 간주된다.
서울 고려대병원 원목실 담당 이미숙(아가타·성도미니코선교수녀회) 수녀는 웃음치료사 1급 자격증을 지니고 있다. 원래 봉사활동을 위해 웃음치료 연수에 참가했다가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단정하고 엄숙한 수도복 위에 한 노란색 나비넥타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된다.
이수녀의 지론은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다 보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기쁘고 좋아서 저절로 나오는 웃음이야 당연지사지만, 사실 손뼉을 치고 온몸을 흔들어가며 웃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웃음치료의 임상학적 효과가 증명되면서 많은 유관 기구들이 생겨났다. 한국웃음센터, 한국웃음치료본부, 웃음연구소, 웃음건강교육원, 웃음치료센터, 해피뱅크아카데미, 펀경영연구소 등등 이름도 흥미로운 이들 기관들은 각종 강좌들을 개설하고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 코미디 중흥시대
웃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거의 강박 관념으로까지 보일 정도의 애정은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의 중흥에서도 볼 수 있다. 개그 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 개그야 등등 장안에 화제가 됐던 코미디 프로그램들은 특히 공개 녹화를 통해 사람들과 호흡을 같이 한다. 90년대 말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처음 등장한 ‘개그 콘서트’는 우리 방송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후 다양한 형식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시도됐고, 지금은 전통적인 드라마를 능가하는 인기를 얻고 있으며, 30~40대 이상 시청층들까지도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오락 예능 프로그램으로 주 시청 프로그램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코미디 프로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과 풍자적인 말투는 우리 사회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쳐 각종 유행어를 양산하기도 한다. 가끔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는 TV 방송에서 나온 장면들의 재연이 아닌가 할 정도이고, 이들 프로그램을 보지 않고서는 아예 대화가 단절되는 부작용까지 연출된다.
간혹 대중문화 비평가들이나 혹은 비교적 점잖은 어르신들께서는 도대체 저게 무슨 짓이냐고 혀를 차기도 하고, 혹은 우리 방송의 지나친 상업주의적 성향에 대해 우려하기도 하지만 사실 어떤 이유든 사람들이 웃는 모습은 아름답다.
# 웃음 십계명
웃음은 어른일수록 어렵다. 어떤 주장에 의하면 어린아이는 하루에 평균 400번을 웃는다고 한다. 반면 어른이 웃는 횟수는 불과 15번, 주위의 근엄한 표정의 어른들을 보면 그것도 많이 잡은 수치인 듯하다. 그만큼 어른이 될수록 웃음을 잃어가는데, 여러 어른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더 빨리 간다는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노일노(一怒一老) 일소일소(一笑一少)”라는 옛말과 상통한다. 또 우리 몸의 근육이 총 650개인데, 한 번 크게 웃으면 그 중 231개의 근육이 운동을 하고 얼굴에만 15개 근육이 운동을 한단다. 그래서 큰 소리로 1분만 웃으면 10분 동안 조깅을 한 셈이라고 한다. 10분을 웃으면 과로 수준이다.
웃음치료를 권하는 어떤 이는 웃음의 십계명을 다음과 같이 권한다.
1. 크게 웃어라 2. 억지로라도 웃어라 3. 일어나자마자 웃어라 4. 시간을 정해놓고 웃어라 5. 마음까지 웃어라 6. 즐거운 생각을 하며 웃어라 7. 함께 웃어라 8. 힘들 때 더 웃어라 9. 한번 웃고 또 웃어라 10. 꿈을 이뤘을 때를 상상하며 웃어라.
이 십계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에 대한 전폭적인 투신을 요구한다. 결코 웃음을 완전히 잃을 만큼 절망적인 상황은 없다는 것이다.
# ‘웃음’은 ‘희망’의 다른 말
그런 의미에서 사실 웃음은 그리스도교 교리와 상통(?)한다. 어떠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웃음이란 희망의 다른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고행과 절제가 강조되던 시대에는 자칫 신앙이 즐거움, 웃음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여겨질 수 있었다. 십자가의 고통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신앙생활은 그저 힘든 고행이 된다. 물론 영광은 자기 희생과 수난의 여정을 지나간다.
하지만 웃음과 희망이 없는 고통만의 신앙은 불완전하다. 십자가의 고통은 오직 부활의 환희와 기쁨을 전제할 때에만 의미가 살아난다. 고통만의 고통은 절망 뿐이다. 그래서 결국 그리스도교 신앙의 참된 의미는, 그 종착은 영광스러운 부활이다.
부활의 희망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니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지을 수 있다.
참된 웃음은 희망을 간직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희망은 하느님과 사람에 대한 깊고 천진한 애정과 사랑으로 드러난다. 결국 웃음은 사랑의 발로이며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사진설명
어린이는 하루 평균 400번을 웃는 반면, 어른이 웃는 횟수는 불과 15번이라고 한다. 큰 소리로 1분간 웃으면 10분 조깅한 셈이라고 하니 이제 억지로라도 크게 웃어보자.
◎웃음치료사 이미숙 수녀
“참된 웃음의 조건은 자신 향한 사랑·감사”
간단한 웃음치료로 큰 효과 경험
“웃음, 내 안의 열정 되살리는 도구”
“‘웃음’은 사람에게 주어진 큰 선물이지요. 평소 그것을 잊고 살다가 어느 순간 상품화된 웃음을 돈 주고 사서 웃어야 하는 현실은 각박한 우리 마음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웃음치료사’ 이미숙 수녀(아가타·성도미니코선교수녀회)는 “현대사회 안에서는 일부러 웃기 위해 돈을 주고 강의를 듣고 또 일부에서는 상업적으로 웃음을 이용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그래도 소위 ‘웃음운동’ 등이 확산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웃음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각종 센터와 협회 등이 크게 늘었다. 평소 스트레스 치유에서부터 개개인의 정신적·육체적 질병치료는 물론 인성계발과 다이어트 등에도 웃음을 이용한다. 유머·웃음치료는 석사학위 과정까지 개설됐다. 이러한 변화는 그만큼 웃음의 중요성을 절감한다는 반증의 하나다.
실제 웃음을 통한 치료 과정은 매우 간단하지만 큰 효과를 경험하게 한다. 게다가 웃음은 언제 어느 때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최고의 장점들을 가졌다.
“웃음은 내 안의 열정을 되살리는 작은 도구입니다. 누구에게나 다가가 마음을 열게 할 수 있고, 신뢰감을 형성하지요.”
특히 이수녀는 “그리스도인은 아무리 힘든 경우라도 하느님 때문에 웃을 수 있는 은총을 더 받았다”고 강조한다.
“우리의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부터 시작된 것, 바로 기쁨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돈을 벌어서, 승진을 해서 등등 어떤 조건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시고,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는 인식 때문에 웃을 수 있습니다.”
힘겹고 어려울 때 화가 아닌 웃음을 선택하는 것은 쉽잖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고 나면 내 몸이 먼저 생기를 얻는다는 설명이다.
또 이수녀는 참된 웃음의 조건은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또 감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칭찬하고 믿어주며 자존감을 회복할 때 참된 웃음이 시작됩니다. 또 매일 감사하는 분량 만큼 행복의 분량도 늘어납니다.”
아울러 이수녀는 “교회 안에서 성직·수도자부터 ‘기쁨의 영성’으로 돌아서길 기대한다”며 “위로를 받고 싶어 성당을 찾는 수많은 신자들에게 성직·수도자들의 미소는 전문적인 웃음강사의 특강 이상으로 큰 효과를 보인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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