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원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겨울엔 엇나간 창문 틈 사이로 찬바람이 제집 드나들 듯 하고, 여름엔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는 낡은 연립주택에서 메스꺼움과 어지럼증으로 시름하고 있는 이순자(부산 용호본당·예비신자)씨를 만났다.
올 2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남편과 함께 트럭에서 과일·채소 장사를 하던 이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병원에 옮겨 검사를 받은 결과 그녀는 ‘다발성 골수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결혼 후 안정된 직장 없이 막노동으로만 생활해오다 5년 전 남편과 함께 트럭을 장만해 과일·채소장사를 시작했다. 열심히 일해 빠듯하게나마 고등학생 아들, 중학생 딸을 뒷바라지 하며 하루하루 먹고 살수 있었다. 그런데 백혈병이라니….
이씨는 일을 멈출 수 없었다. 당장 입원해 약물치료를 시작해야한다는 진단을 받고도 가족을 위해 장사를 계속했고, 시도 때도 없이 코피를 흘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주, 더 오랫동안 코피를 흘린 그는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수입원이 없어진 이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다. 이씨의 딱한 사정을 듣고 동사무소는 ‘119지원비’라는 것이 있으니 빨리 입원해 치료받을 것을 권했다. 그제서야 그는 병원에 입원했고, 의사는 하루빨리 골수이식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병을 알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탓에 이씨의 건강상태는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었다.
이씨는 의료보험 1급 혜택을 받아 ‘1000만 원’만 있으면 자가골수이식 수술을 할 수 있다. 한달 60여 만 원이 드는 이씨의 약값은 그동안 부산교구 복지분과에서 도와준 덕에 충당해왔다.
“지금까지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다만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활비를 버는 남편과 어려운 형편에도 올곧게 자라준 아들, 딸을 두고 죽는다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마르질 않습니다.”
처음 이씨는 어려운 형편에 백혈병이라는 판정을 받고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평생 남을 해코지 한적 없이 살아온 그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불편한 다리에도 이씨를 걱정하며 찾아오는 이웃 신자들을 만나며 점차 감동을 받았다.
9월 12일. 이씨는 수시로 이는 메스꺼움을 참으며 성당을 찾아 예비신자 교리반에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조차 힘들어 방문교리를 받으며 뒤늦은 하느님 자녀로 태어나려고 애쓰고 있다.
이씨는 “교리를 받을 때 마다 하느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이 크다”면서 “힘들 때마다 하느님께서 지켜주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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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일 : 2007-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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