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사목센터 앞마당(구 계성초등학교)에 은행잎과 배춧잎이 나부낀다.
11월 17일 오전 9시.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가운데서도 봉사단원들은 ‘김장’을 위해 분주한 입김을 내뿜는다. 이 자리는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와 가톨릭경제인회가 주최하고 성 빈첸시오 아바오로회, 나눔의 묵상회, 각 본당 사회사목분과 위원들이 참여한 제4회 ‘나눔은 희망입니다’ 김장 한마당이다.
맛있게 절여진 배춧잎 사이로 김치속을 버무려 넣는 데는 여성, 남성이 따로 없다. ‘김치가 아니라 빨래를 한다’는 구박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김치속을 넣는 아저씨. 맛난 손을 가진 봉사단원들이 배추 한포기를 ‘김치’로 변신시키는 데는 단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 대표이사 김운회 주교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에 해본 솜씨대로 능숙하게 고무장갑을 끼고 하얀 앞치마도 단단히 둘러맨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홍보대사 양미경(엘리사벳, 탤런트)씨도 지구별 김장 군단 사이로 함께 뛰어든다. 김장을 하는 아줌마들 사이에 웃음꽃이 폈다. 다들 양미경씨를 보며 예쁘다고 한마디씩 거들자 김운회 주교가 말했다.
“예쁘죠? 나는 어때요?”
다시 박장대소. 서로 주고받는 농담에 기운이 넘쳐난다. 허리와 팔이 아파오지만 더욱 힘을 내 홀몸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1200가구에 김치를 전해야한다.
묵묵히 김치를 버무리던 박형단(소화데레사, 61, 신대방동본당)씨가 말했다.
“나는 고맙게 드셔주시면 너무 뿌듯해요. 이렇게 봉사할 수 있도록 건강을 허락해주신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하지요.”
대전교구에서도 모락모락 김치냄새가 난다. 이틀 뒤인 11월 19일. 사랑 담긴 김장배추가 대전광역시 노은동농수산물도매시장 주차장에 가득했다. 대전교구 본당 사회복지협의회와 대전가톨릭농수산물지원센터 후원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함께 마련한 ‘행복 가득, 사랑의 김장담그기’ 대축제 현장이다.
요즘 일등 신랑감은 ‘꽃미남보다는 배추 잘 버무리는 남자라더라’라는 농담에 한바탕 웃음 지으며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와 교구 사제, 지자체 단체장들도 팔을 걷어 부치고 고무장갑을 꼈다.
‘한포기 김장김치를 위해’ 수많은 이들이 도움을 전했다. 대전원예농협과 중앙청과는 배추와 양념류를 내놓았고 노은축산은 사골 뼈, 강경군산상회는 김장에 없어서는 안 될 젓갈을 기증했다. 대전교구 본당 사회복지협의회도 텐트와 주방도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손을 보탰다.
추운 날 버무리는 김치가 제일 맛 난다고, 이날 사랑이 듬뿍 담긴 김장배추 6000여 포기는 대전지역 무료급식소와 공부방, 복지관, 소년소녀가장, 조손, 독거노인 가정에 전달됐다.
교구장 유흥식 주교는 “주는 것을 통해 행복한 사람이 더 많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김장 담그기 행사를 통해 농수산물지원센터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나눔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11월 19일 ‘행복 가득, 사랑의 김장담그기’ 대축제에서 김치를 버무리고 있다.
▶11월 17일 서울대교구 사목센터에서 열린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와 가톨릭경제인회 주최 김장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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