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터전에서 그리스도 정신 전하는 이”

제9주 (11월 15일)

주 제 : 교회법이 정한 평신도의 신분과 위상

발제자 : 가톨릭 대학교 교회법 교수 한영만 신부

초세기에 교회법은 지금과 같이 신학과 분리된 학문이 아니었고 신자생활, 특히 성사생활에 도움을 주던 성사규율에서 시작한다.

7가지 성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성체성사’이며 이러한 성사들을 집전하기 위해 미사규정을 비롯한 성사규정이 생겨났다. 성직자는 평신도와 함께 그리스도교 신자라는 범주에 속하지만 미사와 그 밖의 성사를 집전한다는 의미에서 평신도와 구별된다. 성직자는 평신도와 인격적으로 차별되는 것이 아닌, 그리스도의 직무수행상 구별되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평신도는 ‘세상 한복판에서 생활하며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생활터전에서 그리스도의 정신을 전하며 살아가는 평신도를 다른 말로 ‘재속신자’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즉 평신도의 고유성은 바로 ‘재속성’에 있다는 것이다.

세례성사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가 됐고 이 점에 있어서 성직자도 신자 중 한 부류에 속하기 때문이다.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별은 성체성사를 비롯한 성사집전과 이를 위한 사도전승에 토대를 둔 책임과 권한에 따른 구분인 것이다.

세상에서 살아가는 신자들의 가장 큰 의무는 성체성사 중심의 복음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평신도는 세례성사를 통해 원죄가 씻어지고 교계공동체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다. 영성체는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신자들을 그리스도와 묶어주는 다리역할을 한다. ‘친교’의 뜻을 지닌 영성체는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심으로 해서 하느님과의 친교를 이루게 해준다.

가톨릭교회에서 의미하는 친교는 같은 신앙을 고백하며 같은 7성사를 인정하고 교황과 주교단의 일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 동질성을 얻고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하게 되는 것이다.

성소 또한 성직자나 수도자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다. 평신도도 성소를 받는다. 그들의 위치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결과이다. 따라서 성직자나 수도자, 평신도는 각자의 조건에 따라 생활방식이 다를 뿐 말씀을 전하는 거룩한 삶을 살아야하는 의무는 모두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복음선포는 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복음적 삶에 젖어 들어야한다.

조선 초대교회의 신앙선조는 천주실의를 중요시했다. 또 인간의 욕망을 누르고 하느님을 따라가는 방법을 담은 칠극도 실천했다.

교회법에는 이러한 평신도들을 위해 다양한 조항을 마련, 그들의 의무와 권리를 제시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과 성사들에서 거룩한 목자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권리(교회법 213조), 하느님께 경배함에 있어 예식규정에 맞게 요청할 권리(214조), 신심단체나 신자단체를 결성할 권리(215조), 복음 전파단체로서 신앙교육을 받을 권리(217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