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공동체 위해 희생하는 목자되겠습니다”
지난 반세기 발판삼아‘새로운 50주년’ 시작
“공동체 일치와 친교가 교구 복음화의 밑거름”
11월 21일 제4대 부산교구장에 임명된 황철수 주교는 발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하느님 백성인 교구 공동체를 앞장서 이끌며 봉사하는 자로서, 하느님께 의지하며 교회에 순명하는 마음으로 교구민과 사제단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 ‘십자가’를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월 17일 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후, 1년 10개월 간 전임 교구장을 보필하고 교구장 집무대행으로 사목전반을 살펴온 황주교. 드러나지 않지만 내실있게 공동체 일치와 화합을 끌어왔다는 평가다. 그래서 황주교의 교구장 임명 소식에 ‘될 분이 되셨다’면서 교구는 축제분위기다. 특히 올해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은 부산교구에 새로운 전기가 될 교구장의 탄생은 더더욱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저는 사실 앞에 나설 만큼 능력있고 뛰어난 사람이 아닙니다. 지극히 평범한 저를 교구 공동체의 앞에 세우시는 것은 부족한 사람을 통해서 주님께서 더 큰 뜻을 이루시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보다 큰 책임감을 갖고 겸손하게 기도하며 받아들이겠습니다.”
황철수 주교는 인터뷰 내내 ‘감사하다’ ‘부족하다’ ‘순명한다’ ‘기도한다’ 등의 단어를 빼놓지 않았다. 자신을 낮춘 겸손함, 소탈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교구민 기도로 봉사직 수행
황주교는 “지난해 주교직 임명소식을 듣고 사실 중압감을 느꼈다. 지난 1년 10개월 간 주교로서 봉사직을 수행하며 현실로 다가오는 어려움들도 많았다”고 소회하고 “교구민과 사제단을 위한 봉사직을 맡아 혼자의 능력이 아닌 모든 교구민의 기도와 사제들의 격려로 지내왔다”며 감사를 전했다.
올해 교구는 설정 50주년을 지내며 대규모 기념행사를 여는 대신 교구 109개 모든 본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기금 2억4000만원을 지역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했다. 지역사회와 아픔을 나누고, 형제적 사랑 안에서 함께하려는 황주교의 사목적 의지를 보여준다.
이에 황주교는 “반세기라는 긴 세월 동안 교구를 위해 노력한 모든 성직·수도자, 평신도에게 감사를 전하는 자리를 생각했다”고 말하고 “외형적인 행사 자체가 필요없는 것이 아니라 그 준비에 필요한 여러가지 것들을 지역사회를 위해 보태는 것이 더 의미있다고 판단해 각 본당에서 50주년 행사를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의의를 밝혔다.
지나온 반세기를 발판 삼아 앞으로 한세기를 준비하는 시점. 새로운 50주년의 첫해를 시작하는 책임자로서 황주교는 복음화를 위한 3가지 사목비전을 제시했다.
첫번째로 ‘소공동체 정신이 살아숨쉬는 교회’ 그리고 ‘섬기는 사목자상 구현’과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다.
“50주년을 지내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교구가 이 3가지 비전을 잘 실천하면서 하느님 뜻에 맞갖은 공동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리스도가 진정한 하느님의 힘’(황주교의 사목표어)임을 믿고 그리스도의 삶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제도적인 측면에서 사목계획을 수립하고, ‘새로운 50년’ 첫 닻을 올리는 ‘부산교구호’ 순항의 방향을 잡을 계획이다. 무엇보다 “교구와 일선 사목자, 교구와 본당 간의 긴밀한 유대가 우선돼야 하고, 교구민 화합과 일치가 바탕이 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덧붙여 황주교는 이상적인 교구상에 대해 “모든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말씀과 사랑을 곳곳에서 실천하는 공동체를 이루는 한편 구체적으로는 사제-수도자-신자로 구성되는 교회 공동체가 그리스도의 사랑 속에서 일치해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공동체 일치와 친교가 새로운 복음화의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상과 소통하며 복음의 빛 조명
이같은 공동체 내적 일치 뿐 아니라 교회의 대사회적 행보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세속적인 사회와 교회는 다릅니다. 이것은 교회가 세속과 단절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세상과 소통하면서 사회현안들을 복음의 시각으로 해석해야함을 뜻합니다. 정치적인 빛으로 해석하는 것은 교회의 역할이 아닙니다. 복음의 빛으로 조명하고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교회의 모습일 것입니다. 즉 교회는 세상과 단절이 아닌 소통을 해야합니다.”
새 교구장 탄생 기쁨에 앞서 부산교구는 올 6월 전임 교구장 정명조 주교를 하느님 나라로 떠나보내는 큰 슬픔을 겪었다. 황주교는 교구장 임명소식을 접하고 “봉사자로서 또다른 부름을 받고 보니 정주교님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정주교님을 보좌주교로 1년 5개월 보필했고, 또 선교사목국장, 사무처장으로 5년을 곁에서 뵈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모든 일에 있어서 판단력이 분명하신 분이셨습니다. 세속적인 것에 대한 판단력보다는 늘 하느님 앞에서 맺고 끊어야 할 것을 기도하면서 분명하게 결정하시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정주교님의 그러한 모습을 새기며, 늘 기도하면서 개인적인 욕심이나 세상적인 명예에 휘둘리지 않고, 교회를 위해서 판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황주교는 전임 교구장 서거 후 직무대행을 맡아 교구 사목 전반을 혼돈없이 평온하게 이끌어왔다.
이제 부산교구의 새 시작점에서 새 복음화의 출발을 외쳐야하는 황철수 주교. 여러 도전과 과제도 만나게 될 것이다. 부산교구 관할 지역의 사회적 변화도 과제다.
1957년 교구 설정 당시 관할지역인 경상남도 전체지역 인구 377만여 명 가운데 4만여 명이던 신자수는 현재 전체인구 550여 만 명에 40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교세확장의 이면에 놓인 예비신자 입교율 감소와 고령화되는 사회현상 등 사목적 관심을 요청하는 현안들도 늘고 있다.
“함께 교구 사목과제 풀어가야”
이러한 현실 앞에서 황철수 주교는 교구장으로서 ‘십자가’를 짊어지고, 순명하겠다는 다짐을 단호히 밝혔다.
“교구 공동체가 바라는 목자가 돼야 할 것입니다. 그들을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바치는 목자의 모습, 즉 대사제이신 주님의 모습을 따라야할 것입니다. 주님께서 하신 것처럼 십자가를 지고, 목숨까지 바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러한 마음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험난한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관할지역 내 부산, 울산 등 광역시를 비롯해 밀양, 김해, 양산 등 도시변화 흐름도 감지해야 합니다. 사회적 변화상인 인구 감소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실업, 양극화문제도 도전 과제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교구의 과제를 공동체 모두가 지혜롭게 풀어가며 함께 해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 황철수 주교 약력
▲1953년 4월 15일 경남 밀양 출생 ▲1969년 2월 25일 대구 선목중학교 졸업 ▲1972년 2월 25일 대구 대건고등학교 졸업 ▲1979년 9월 대건 신학대학 대학원(현 광주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재학 중 독일 유학 ▲1982년 10월 18일 독일 아이히슈태트 잉골슈타트(Eichstatt-Ingolstadt) 가톨릭대학교 신학 석사 ▲1983년 2월 5일 사제 수품 ▲1983년 2월-1984년 12월 망미본당보좌 ▲1984년 12월-1987년 1월 망미본당주임 ▲1987년 1월-1991년 1월 주례본당주임 ▲1991년 2월-1994년 2월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 ▲1994년 2월-1996년 2월 전하본당주임 ▲1996년 2월-1997년 1월 메리놀병원 관리부장 ▲1997년 2월-2000년 2월 토현본당주임 ▲2000년 2월-2002년 1월 부산교구 선교사목국장 ▲2001년 2월-2002년 1월 부산교구 사무처장 대리(겸임) ▲2002년 1월-2004년 10월 부산교구 사무처장 ▲2004년 10월-2005년 10월 안식년 ▲2005년 10월-2006년 1월 성가정본당주임 ▲2006년 1월 17일 부산교구 보좌주교에 임명 ▲2007년 6월 1일-2007년 11월 21일 부산교구장 직무 대행 ▲2007년 10월 17일-현재 주교회의 성직주교위원회 위원 ▲2007년 10월 17일-현재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2007년 11월 21일 부산교구장에 임명
사진설명
11월 21일 제 4대 부산교구장에 임명된 황철수 주교는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하느님께 의지하며 교회에 순명하는 마음으로 교구민과 사제단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 ‘십자가’를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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