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은 결혼하고 싶단 생각 한번도 안 해보셨어요?” 병원 내 여직원들이 한번씩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그러면 한결같이 “저는 한 여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예요. 그리고 첫 눈에 반한 여인도 없어서….” 이렇게 대답하지요. 신자 아닌 분들에겐 독신으로 산다는 것이 그렇게 신기한 모양입니다.
많은 부부들이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지만 부부로 산다는 것이 어떤 삶인지 안 살아(?)봐서 잘 모르고, 안다고 해도 M.E 주말에서 수강한 지식 정도입니다. 그러나 병원에 있으면서 진정으로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13년간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 자매를 알게 되었습니다. 뇌출혈 때문에 큰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의식은 회복됐지만 언어장애와 함께 눈을 떴다, 감았다 정도의 의사 소통밖에는 되지 않는 상태의 환자입니다.
그 자매님 곁엔 늘 백발이 무성한 형제님이 계십니다. 대소변 받아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목에서 가래 빼기, 옷 갈아 입히기 등 전문 간병인이 하는 일을 모두 형제님이 하십니다. 어쩌면 전문 간병인보다 더 능숙한 솜씨를 갖고 있으십니다.
옷 갈아 입히는 것도 힘드실 텐데 자매님을 긴 휠체어에 눕혀 주일 미사에 함께 오십니다. 그리고 자매님이 추울까봐 온열기를 자매님 곁에 가져다 두기도 하고, 침도 닦아 주고 머리에 수건도 수시로 갈아주고 미사 시간 내내 자매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십니다.
한번씩 눈물을 훔치며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은 저를 숙연케 합니다.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는 많은 부부들을 보았지만 그 긴 세월동안 칠순을 앞두신 형제님이 한결같이 간호하는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이기에 병원에서도 소문이 자자합니다. “어쩜 그렇게 열심히 간호하실 수 있으세요? 안 힘드세요?” 하고 물으면 형제님은 “제가 옛날에 아내에게 못할 짓 많이 했거든요. 이렇게 아파 누워 있으니 건강할 때 좀 더 잘 해주지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 아내에게 속죄하는 맘으로 하루 하루를 지냅니다”라고 하십니다.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형제님 몸도 좀 돌보며 지내시라며 위로의 말을 던집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희망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답답한 마음 가득합니다. 형제님의 지극 정성을 하느님이 아시기에 언젠가는 형제님의 기도를 하느님이 꼭 들어 주실거라 믿습니다.
시간 앞에 장사 없다고, 처음엔 가족들이 간호를 잘 하만 시간이 오래될 수록 지쳐가고 힘들어지기에 간병인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간병인을 두어야 하는 가족들의 안타까움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기에 이 형제님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부부란 둘이 아니라 한 몸임을 보여줍니다. 한 몸의 모습이 보일 때 부부의 삶이 빛납니다. 큰 어려움이 닥칠 때 함께 하는 부부의 모습은 진정 아름답습니다. 서로 힘들고 어려울 때 부부의 힘이 더 빛나는 것 같습니다.
아내를 위해서, 남편을 위해서 오늘도 새우잠을 자며 간호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하느님의 크신 은총이 함께 하시길 기도 드려 봅니다.
최경식 신부 (마산교구 병원사목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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