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교육으로 도덕적 교양 갖춰야”
교육은 내재된 소질, 적성, 능력 개발하는 일
출세 위주 사고 벗어나 ‘도덕 지능’ 키워야
최근 베스트셀러들을 살펴보면 ‘성공’을 키워드로 한 책들이 유독 많다. 이 책들은 꽤 오랜 기간 스테디셀러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왜 성공 해야 하나.
‘행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성공했다고 모두 행복한가.
교육학자인 문용린(요한보스코) 서울대 교수는 “아무리 출세를 해도 도덕적이지 못하면 행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타인의 것을 탐내고, 타인을 속이고, 그래서 타인을 실망시켜서는 결국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의 중요한 요소는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학자로서의 연구 활동 뿐 아니라 사회, 문화, 정치, 경제 등의 분야에서도 혜안을 가진 문교수는 현대인들에게 행복의 첫 조건으로 ‘도덕적 교양’을 갖출 것을 권고한다. 특히 자녀들이 성공하고, 행복하길 바란다면 ‘도덕성을 키워주라’고 강조한다.
최근 문교수는 미국 국제평생교육학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다. 평생교육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였다.
문교수는 “다원화, 고령화된 사회 안에서 현대인들은 이제 학교 교육만으로 인생을 꾸려나가긴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문교수는 성인도 지속적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개념을 국가 수준의 체제 안에 접목시킨 바 있다.
특히 문교수는 성인들에게 ‘도덕적 교양’을 갖출 것을 강조한다.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한 각종 사회문제들도 도덕적 교양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사회는 교양이 매우 부족합니다. 유명 와인 이름을 읊어대는 것이 교양이 아니라 삶의 지혜를 아는 것이 교양입니다. 예를 들어 가진 이들이 가난한 이들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 가난한 이들도 가진 이들을 삐딱하게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도덕적 교양입니다.”
이를 위한 성인교육프로그램 혹은 학부모 교육 방안 등에 대해 언급하자 문교수는 대뜸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위 계몽주의적 사고에 빠져있는 듯 하다”고 지적한다.
“성인들의 교육은 누가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하는 것입니다. 각자 배우고 훈련함으로써 도덕적 교양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책을 찾아 읽고 TV 등에서도 교양을 습득해야 합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교육은 학교교육으로 충분하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혼자 공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며 “이후에는 자기 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문교수는 우리나라 성인, 특히 학부모들이 학교성적에 목을 매다시피 하며 자녀들을 들볶고 사교육비를 매달 수백만원씩 쏟아붓는 행태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먼저 나서 개탄한 주인공이다.
“서양에서 교육은 개인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있으면 개인이 성공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가문을 빛낸다는 식의 전통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개인에 대한 기대가 크고, ‘네가 하고 싶은 공부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나 판·검사가 되어 ‘출세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가 만연한 것입니다.”
우리사회에서는 젊은 부모들 조차 여전히 교육을 출세의 지름길로 단정하고, 학교성적을 높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비뚤어진 교육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즈음해서 교육의 본래 의미를 다시금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문교수는 “교육은 바로 개개인에 내재된 소질 적성 능력을 개발해주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학교 교육 안에서 국어 영어 수학 등을 배우는 것은 그러한 자기만의 소질 적성 능력 등을 펼쳐나가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사회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는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박태환 수영선수의 사례에서도 그 결과를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자신이 하고 싶고 또 잘하는 스케이팅이나 수영을 연습하지 않고, 학교성적 순위 때문에 국어 영어 수학 공부에 매달려 있었다면 지금의 그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공부는 그 이후 선수생활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이지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러한 소질 적성 능력을 개발하는 이유는 바로 행복을 위해서이다. 공부를 잘 하는 것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교육시켜 개개인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는 이 모든 것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 지능’의 개발이라고 강조한다.
도덕 지능이란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능력, 감정을 조절하고 욕구충족을 다음으로 미룰 줄 아는 능력, 존경심을 갖고 남을 대하는 능력 등을 말한다.
문교수는 “10년 후 아이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도덕성 교육 만큼은 10세 이전에 조기교육 하라”고 조언한다. “애들이 다 그렇지” 혹은 “크면 나아질 것이다”라며 아이 마음대로 행동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대화하라고 역설한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열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할 쓴소리’ 등의 저서에서도 밝힌 바 있다.
“황우석 박사를 비롯 우리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인정받은 사람들이 한순간 나락에 떨어지는 사례를 종종 봅니다. 실력과 관계없이 도덕성의 결여가 문제였습니다.”
아울러 문교수는 “교회도 사회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고유의 교양을 갖추는데 더욱 힘써야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고3 수험생들은 시험 때문에 바쁘니 교리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 아닙니까? 오히려 적극 성당으로 불러 위로하고 올바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합니다. 교회사목방향도 사회 시류에 영합할 것이 아니라 신자들이, 현시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심있게 살펴보고 도와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문교수는 심리학과 교육학을 ‘어떻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하는 관점에서 더욱 심층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한국심리연구소 공동대표로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한다. ‘정직’과 관련한 책도 새롭게 펴낼 예정이다.
“교육의 본질은 ‘행복’하게 살도록 돕는 것임을 잊지말아야 합니다. 행복은 좋아하는 것을 잘 할 때, 그리고 사람들 안에서 도덕적으로 어울릴 때 이뤄집니다.”
■ 문용린 교수는
교육심리학자로 지난 1989년부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2000년에는 40대의 나이에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민포장과 국민훈장 동백장, 청조근정훈장 등을 수상했다. 현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 한국폭력대책국민협의회 상임대표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인간발달과 교육심리, 다중지능이론 등과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비롯해 ‘열살 전에 사람됨을 가르쳐라’ ‘지력혁명’ 등 다수의 저서와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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