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순교자 명단’ 교황청에 제출
“한국전쟁 등 격변기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신앙과 양심을 증거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한국의 ‘현대 순교자’들의 명단이 작성됐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12월 1일 회의를 갖고 사무처가 교구와 수도회, 대한성공회 등의 자료를 모아 마련한 한국 ‘현대 순교자’ 215명의 명단을 영문으로 작성, 로마로 보내기로 했다.
교황청 2천년 대희년위원회 새 순교자 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이 명단은 로마에서 전세계 교회의 명단을 모두 모아 2천년 대희년에 맞춰 ‘현대 순교록’으로 작성된다. 이번에 작성된 목록은 성공회 6명 외에 2백9명이 가톨릭이며 개신교는 포함돼 있지 않다.”(가톨릭신문 1998년 12월 13일자 1면 중에서)
‘현대 순교록’으로 작성
교회는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진 성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회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미 103위의 순교 성인들의 탄생이라는 감격을 누린 바 있다.
2천년 대희년을 앞두고 보편교회는 과거 선교의 역사를 통해 탄생한 순교자들 외에 근현대사 안에서 신앙과 양심을 증거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그리스도인들을 ‘현대 순교자’라고 불러 기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교회는 주로 한국전쟁과 제주교난 당시 순교한 그리스도인들을 중심으로 현대 순교자들의 명단을 작성해 교황청으로 보냈다. 이 명단은 교황청의 새순교자위원회에서 취합, ‘현대 순교록’이라는 이름으로 작성됐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대희년을 준비하기 위해 발표한 교서 ‘제삼천년기’에서 이러한 뜻을 천명한 바 있다. 교황은 이 교서에서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인들의 씨앗’이라고 전제하고 ‘제2천년기말에 와서 교회는 다시 한 번 순교자들의 교회가 됐다’고 말했다.
교황이 여기에서 염두에 둔 것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 전쟁, 나치와 공산주의, 무력혁명, 인종과 민족 및 종교간 분쟁과 대학살, 민주화 과정에서 만난 독재정권과의 투쟁 등이다. 세례자 요한이나 스테파노와 같은 성경 속 인물들, 조선시대 신앙을 받아들여 순교한 한국의 순교성인들과는 또 다른 의미의 순교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의 확정에 따라 교황청에 보고된 이들 한국의 현대 순교자들의 목록을 보면, 성공회 6명 외에 209명이 가톨릭이며 개신교는 포함돼 있지 않다. 또 이 목록은 완전한 것도 아니며, 아직 확인되지 않은 순교자들이 얼마든지 추가될 수 있다.
국적별로 보면 한국인이 162명으로 대부분이지만 외국인도 상당수 있어 독일인이 29명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인 13명, 아일랜드인 6명, 미국인 3명, 그리고 벨기에인 2명 등 모두 53명이다. 그 중 평신도는 121명으로 절반을 넘고 주교가 3명, 사제 57명, 수사 15명, 수녀 11명, 신학생 2명, 그리고 성공회 사제가 5명, 수도자가 1명 등이다.
베네딕도수도원 소속이 33명으로 가장 많고 파리외방전교회가 12명, 성골롬반외방선교회가 8명이며, 그 외에 베네딕도수녀회가 4명, 샬트르성바오로 수녀회가 3명,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와 가르멜 수녀회가 각각 2명, 메리놀외방전교회가 1명이다.
이들 중 1901년 제주교난 당시 사망한 신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을 전후한 시기에 공산군에 의해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끌려간 사람들이다. 제주교난때 처형된 신자 중 명단에 포함된 사람은 51명으로 교난의 와중에 관덕정에 끌려가 오직 가톨릭 신자라는 이유만으로 학살된 이들이 무려 6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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