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위로가 나에게 더 큰 선물로…”
올해에도 어김없이 대학입시의 계절이 찾아왔다. 전 국민이 몸살을 앓는 시기다. 올해에는 뭔가 뜻있는 일을 해 보고 싶어 수능 전 수험생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수집했다. 두 번 공지에 100여 명이 신청을 했다. 놀라움과 걱정이 앞섰다. 이 난국을 어찌해야 할지…. 우선 전화기에 모든 번호를 입력시켰다. 무엇을 보낼까. 수험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수능 전날 새벽에 문자를 보냈다. “아가야,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그리고 기도했다. 수능 당일 새벽에 또 문자를 보냈다. “아가야, 오늘 내가 네 옆에 있겠다. 사랑한다.”
반응이 궁금했다. 그동안 청소년들이 나에게 보여준 면은 여리고 나약하고, 철부지에 말이 안통한다는 것이었다. 과연 반응이 있을까?
결과는 놀라움과 기적 그 자체였다. 수 십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전화통에 불이 난 것이다. “아멘” “감사합니다” “그 동안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도 덕분에 편히 잘 보았습니다” “주님께 찬미와 영광드립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수능 때 떨지 않고 잘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 끝이 찡해온다. 계속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에 꼭 닫혔던 내 마음의 창이 활짝 열렸다.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울컥 뭔가가 치밀어 올라온다. 감사와 찬미의 기도가 입가에 흘러나온다.
평촌에서 온 어느 여학생의 장문의 문자다. “고맙습니다. 성당에 안나간지 오래 됐는데 항상 필요할 때만 주님을 찾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요. 올해 입시가 끝나면 꼭 성당에 나가서 미사도 열심히 드리고 봉사도 할래요. 내일 떨지 않고 보고 올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신부님이 누구신지 모르지만 절 위해 기도해 주신다니 감사해요.”
공부에 지친 수험생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주려고 시작한 일인데, 이게 그들에게 뭐 보탬이나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너무 큰 은총과 감동이…. 또한 오히려 내가 더 많은 위로의 선물을 받았다.
어느 학생의 문자가 아직도 눈에 밟힌다. “신부님 저 안젤라예요. 오늘 제 옆에 꼭 있어 주세요. 꼭이요.” 그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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