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서 참된 그리스도교적 희망 회복하길”
성경.초대교회 문헌에 근거 희망에 대해 설명
‘희망을 배우는 학교’로서 기도·고통 의미 강조
“희망 가진 사람은 새로운 생명의 은총받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새 회칙 ‘Spes Salvi’는 현대 사회에서 참된 그리스도교적 희망을 회복하기를 간절하게 기원하는 교황의 염원이 담겨 있다. ‘사랑’을 주제로 한 첫 회칙에 이어 이번 두 번째 회칙 역시 인류의 역사와 그 안에 깃든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통찰이 해박한 신학적 지식과 확고한 신앙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총 75쪽으로 작성된 새 회칙의 첫 머리는 “SPE SALVI facti sumus”라는 라틴어 구절로 시작된다. 이 첫 구절은 사도 바오로가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8장 24절의 말씀을 인용한 것으로서,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라는 의미이다. 교황은 이 말씀이 당대의 로마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똑같이 선포되는 말씀임을 회칙의 첫머리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로써 하느님의 구원의 섭리가 인간이 지닌 희망을 통해 이뤄졌음을 일러주면서 교황은 현대 사회와 현대인들에게 무엇보다도 희망이 필요함을 선포하는 동시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희망의 참된 의미를 다시금 회복해야 함을 선언하고 있다.
회칙은 장절로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전반부에서 교황은 우리의 신앙이 곧 희망임을 밝히고 성경과 초대교회의 문헌들을 통해 드러나는, 신앙에 근거한 희망을 설명한다. 이러한 성찰은 곧 영원한 생명의 의미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고, 그리스도교적 희망의 참된 모습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성찰로 연결된다.
회칙의 후반부는 희망의 덕을 얻기 위한 실제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 첫 자리를 희망을 배우는 학교로서의 기도가 차지하고,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희망의 의미를 일러준다. 이어 현대 사회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경향이 있는 최후의 심판의 개념을 바탕으로 그리스도교적 희망을 제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회칙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가는 우리의 순례 여정을 밝혀주는 희망의 별로서 성모 마리아를 찬미한다.
현대 세계에서 희망의 회복
교황은 회칙의 전반부에서 초대교회의 교부들과 성인들의 삶으로부터 이끌어낸 풍성한 보화들을 거론하며 그 지혜로써 오늘과 미래의 (희망에) 닫혀진 문을 활짝 열기를 촉구하고 있다. 회칙은 “희망을 가진 사람은 새로운 생명의 은총을 받은 이들”이라고 강조한다. 회칙은 “하느님, 참 하느님을 알게 되는 것은 희망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회칙은 여기에서 그리스도교적 희망은 “피 흘림으로써 비운의 운명에 처했던 스파르타쿠스의 사회 개혁의 메시지”와 다름을 지적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얻는 희망은 주님과의 만남, 생명과 세상을 내적으로부터 변화시키는 그런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회칙은 신학적 성찰에 멈추지 않고 구체적인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주목한다. 교황은 현대인들이 더 이상 영생을 추구하지 않고 현세적 삶에 만족한다고 지적하면서 우리가 참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한편 회칙은 그리스도인들의 희망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보아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기적이고 실용적인 구원관을 탈피할 것을 권고한다.
그리스도교적 희망을 위해
회칙의 후반부에서 교황은 희망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 첫 번째가 기도 생활이다. 교황은 “희망을 배우는 첫 번째 필수적인 환경은 기도”라며 기도는 “희망의 학교”라고 강조한다. 회칙은 곧 “내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이에게 하느님은 귀기울이지 않으신다”고 말한다. 회칙은 “우리가 적절하게 기도를 바친다면 우리는 우리를 하느님께 열려 있게 하고 또한 우리 동료 인간들에게 열려 있게 하는 내적 정화의 과정을 체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희망을 배우는 또 다른 환경은 “행동과 고통”이다. 특별히 고통은 인간 실존의 한 부분으로서 “치유는 고통으로부터 물러서거나 도망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통해 성숙하며, 무한한 사랑을 위해 고통을 받으신 그리스도와의 일치의 의미를 발견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현대 사회의 풍조에 대해 비판하면서 고통을 겪는 사회의 구성원들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회는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사회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교황은 그리스도인들의 고통은 ‘다른 이들과 함께 그들을 위해서 겪는’ 고통, 진리와 사랑을 위해서 겪는 고통, 그리고 참되게 사랑하기 위해서 겪는 고통을 의미한다며 사랑으로부터 오는 이러한 고통을 포기하는 것은 곧 인류 자체의 파멸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회칙은 하느님의 심판이라는 개념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회칙은 “현대에 최후의 심판은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며 “그리스도교 신앙은 개인주의화되고 있으며, 믿는 이 자기 자신의 영혼 구원에만 지향돼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자기 존재의 깊은 곳으로부터 진리와 사랑, 하느님에 대한 궁극적인 내적 개방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하느님과의 이러한 만남은 심판의 결정적인 순간이며, 그분 앞에서 모든 것은 정화되며, 우리가 평생 동안 행한 모든 것은 단지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 만남의 고통, 우리 삶이 얼마나 더 정화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병약한 것인지를 아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바로 거기에 구원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교황은 회칙의 마지막을 희망의 별이신 성모 마리아에 대해 성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서, 특별히 누구도 홀로 살아가지 않으며, 누구도 홀로 죄짓지 않으며, 누구도 홀로 구원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다른 모든 이들의 삶은 끊임없이 내 삶 안으로 흘러 들어오며, 결론적으로 “나는 다른 이들이 구원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들의 희망의 별로 떠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으로 회칙은 끝을 맺는다.
회칙이란?
회칙(Encyclical)이란 전세계 교회에 대해 교황이 발표하는 교시의 회람 서한을 말하며, 주로 교의, 윤리, 사회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교황이 매우 장엄한 형식으로 주로 전세계 교회 주교들이나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반포한다. 공적 교시이기는 하지만 무류권의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
교회의 역사 초기부터 교회는 전세계 교회를 대상으로 공식적인 교황 서한을 보냈으나 근대적인 의미에서 최초의 회칙은 주교의 의무를 다룬 베네딕토 14세의 회칙(1740년 12월 3일 반포)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회칙이 교황의 사목적 권위를 표현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정착된 것은 교황 비오 9세로부터 최근까지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고위성직자나 교황청에 우호적인 교회관할권자만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교황 요한 23세는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 4. 11)에서 ‘선한 뜻을 가진 모든 이들’로 그 대상을 넓혔다.
회칙은 대부분 라틴어로 발표되며 발표되는 언어의 첫 마디들을 따서 제목으로 정한다. 예컨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첫 회칙 역시 회칙의 첫 머리를 따서 ‘DEUS CARITAS EST’로 불리우며, 이번 두 번째 회칙 역시 그 첫머리를 따 ‘Spes Salvi’로 호칭된다.
회칙의 성격은 ‘사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무류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교리적 정의를 공포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형식이다. 하지만 회칙이 무류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도 그리스도의 교훈을 오늘날의 사회, 윤리적 문제에 적용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특별히 교리적이고 사회적이며 권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 가르침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수정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신자는 그 교리 및 도덕적 내용에 동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첫 회칙은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Deus Caritas Est, 2005.12.25)이며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인간의 구원자’(REDEMPTOR HOMINIS, 1979.3.4)로부터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ECCLESIA DE EUCHARISTIA, 2003.4.7)까지 총 14편의 회칙을 반포했다.
사진설명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지난 11월 30일 자신의 두 번째 회칙 ‘Spe Salvi’에 서명하고 있다. 교황은 새 회칙에서 어떤 좌절 속에서도 하느님은 인간의 참된 희망이심을 강조하고 있다.
▶'희망'을 주제로 한 교황의 두 번째 회칙이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바티칸에서 전시되고 있다. 교황은 새 회칙에서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 사회 안에서 참된 그리스도교적 희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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