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주 (11월 29일)
주 제 : 한국 천주교회가 원하는 평신도
발제자 : 미래사목연구소 복음화연구위원장 황종렬 박사
그동안 우리는 한국교회의 어제와 오늘의 평신도상을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어제와 오늘의 평신도상에 뿌리를 내린 내일의 평신도상을 그려볼 차례이다. 이를 위해 우선 한국교회가 현대 세계교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한국교회의 토착화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또 이 시대 우리 교회가 평신도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고 그러한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관해 알아보기로 한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진화해왔다. 이같은 교회 변화는 한국사회의 변천과 연결돼 있다. 한국 사회가 서구에서 많은 선진문물을 가져왔듯 이제 한국교회는 다른 어려운 나라의 교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우리 교회가 서구에서 혹은 다른 신앙공동체에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은 이처럼 소중하다. 하지만 그것에 머물 때 우리는 그것에조차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즉 자기 내면에 새겨진 하느님의 창조의 에너지를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토착화의 근본이요, 목표이다.
우리는 현재가 던져주는 표지를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갇히지 말고 자유롭게, 크고 넓게 봐야 한다. 영성과 신학은 ‘자유’를 먹고 자란다.
토착화에 관해서는 ‘옥수수’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옥수수는 원래 아메리카 본토인들이 주식으로 삼았던 곡물이다. 콜럼부스가 항로를 연 후 옥수수는 유럽에 급속도로 전해졌는데 옥수수를 먹던 서구인들 사이에 ‘펠라그라’라는 괴이한 병이 돌기 시작했다. 옥수수의 부족한 영양소로 인해 비타민 B에 속하는 니아신이 결핍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옥수수를 먹는 원주민들은 병에 걸리는 사람이 없었다. 이들은 조개껍질을 갈아 만든 생석회에 옥수수를 담가 두는 방법으로 부족한 니아신을 보충했던 것이다. 유럽인들은 ‘옥수수 알갱이’는 가져왔으나 ‘조리법’은 가져오지 못했다.
이와 같이 우리도 처음에는 그리스도 신앙은 가져왔으나 우리만의 조리법을 가져오지 못해 제사문제와 같은 아픔을 겪었다. 지금도 우리는 한국교회의 영성을 토착화시킬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을 끊임없이 연구해야만 한다.
소공동체도 예를 들 수 있다. 소공동체라는 말 중 ‘작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하겠다. ‘작은 자들’을 품에 안으신 예수님과 같이 ‘복음나누기’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소공동체 영성을 육화시켜 뿌리가 내려져야 한다.
작고 없는 사람들, 곧 바닥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이 시대의 평신도상이라 할 수 있다. 많은 배움과 공부 속에서 확신이 섰을 때는 정면을 보고 물을 수 있어야 하며 교회에 대한 신뢰와 순명을 잃지 않고 그 속에서 그리스도에게로 가는 길을 찾아나서야 한다.
세계교회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한국교회의 역사를 생각하며 이 시대의 진정한 평신도상을 그려갔으면 한다.
정리 오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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