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 교회 안에서
한국교회 몫 찾아야”
추기경 서임 이후 첫 사도좌 방문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현직 주교 가운데 가장 많이 앗 리미나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도 이번 사도좌 방문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의 사도좌 방문이 주교 신분으로 방문한 것이라면 이번 방문은 지난해 2월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 교회 역사상 두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된 후 첫 방문이기 때문이다.
정추기경은 앗 리미나 기간 중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편 교회 안에서의 한국 교회의 역할과 소명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방문에서 과거에 비해 한국 교회의 위상이 현격하게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면서 “앗 리미나를 계기로 보편 교회 안에서 한국 교회의 새로운 몫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교황님을 알현하고 베드로, 바오로 두 사도의 무덤을 참배하면서 한국 교회의 씨앗이 된 순교정신을 새롭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한국 교회 순교 역사 안에 내재된 하느님의 섭리를 이번 앗 리미나를 통해 새롭게 하게 됐다는 정추기경은 “사도들의 후계자로서 주교들의 몫이 단순히 지역 교회에만 머물지 않고 보편 교회 속에 놓여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추기경은 이와 함께 “앗 리미나 기간 동안 교황님을 비롯해 수많은 교황청 관계자들도 한국 교회의 현재를 새롭게 평가하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보편 교회 안에서 새로운 위상을 찾아나갈 수 있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추기경은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교회가 지니는 위치를 강조하면서 “신앙을 통해 희망을 바라보는 믿음을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 새해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올림픽이 열리게 되면 국제적 위상을 지니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정추기경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이 미치는 북한이나 베트남 등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 교회의 깨어있는 자세를 요청했다.
로마 한인공동체 신자들과의 만남에서도 신앙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정추기경은 ‘하느님께 다가서려는 노력 없이 행복해질 수 없음’을 힘주어 말했다. 그는 “시련을 통해 신앙을 굳게 하고 신앙 안에서 희망을 바라본 사도들의 삶이 바로 구원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며 “앗 리미나를 통해 주님의 은총을 확인한 우리들이 자유의지로 희망을 향한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 순교정신 세계 부러움 대상”
한국주교단 초청 미국에서 참석한
◎전 인천교구장 나길모 주교
“한국 주교님들과 같이 할 수 있어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한국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에는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초대 인천교구장으로 1954년부터 한국에서의 48년간에 걸친 선교사 생활을 마치고 지난 2002년 5월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간 나길모(메리놀외방전교회) 주교가 바로 주인공이다.
한국 주교회의의 초청으로 이번 여정에 함께하게 된 나주교는 순간순간 한국 교회와 신자들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내비쳤다.
“한국을 떠나면서 이런 기회가 다시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번 방문에 함께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는 얼마나 가슴 설레며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미국 보스턴의 소읍 매튼(Matheun)에 머물면서 메리놀외방전교회 본부 업무를 돌보는 한편 최근까지 매년 보스턴대교구 내 25개 안팎의 본당을 돌며 견진성사를 집전해왔다는 나주교는 그 때마다 어느 나라 교회보다 활발한 한국 교회와 신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에서 피정이나 미사 강론을 할 때 한국 교회의 순교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면 놀라고 부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 교회의 순교자 정신과 그로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순교자 전통은 분명 한국이라는 지역 교회뿐만 아니라 보편 교회 속에서 함께 나눌 수 있는 보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아름다운 한국의 전통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나주교는 지금도 한국을 ‘제2의 고향’이 아닌 ‘고향’이라고 말한다. 한국을 떠나 있으면서 무엇이 가장 그리웠느냐는 물음에 그는 조금도 주저 않고 ‘인천교구 가족들’이라고 말했다.
“매주 배달되는 가톨릭신문을 통해 한국 교회 소식을 접할 때면 가슴이 뿌듯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는 나주교는 한국 교회에 대한 애정 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다.
“미사 참례율이 30%를 밑돌고 있습니다. 신앙을 전하고 이어나가는 것뿐 아니라 늘어나는 신자 수만큼 깊이 있는 신앙심을 키워주는 일도 중요한 일입니다”
나주교는 아울러 “앗 리미나가 한국 교회와 보편 교회의 새로운 전망을 확보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복음 선포에 헌신하는 평신도가 교회 희망”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TV와 인터뷰한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
12월 2일 주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안젤루스(삼종기도) 직후 수많은 순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 TV와 인터뷰를 가진 주교회의 부의장 강우일 주교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중계된 생방송을 통해 한국 교회를 알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한국 주교단의 앗 리미나 기간 중 이탈리아 국영방송과 인터뷰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달라진 한국 교회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강주교는 이날 라이 TV의 ‘인터내셔널 크리스티아니타(CRISTIANITA) ’ 프로그램에서 미리암 카스텔리 수녀와 30여 분간 인터뷰를 갖고, 한국 교회를 향한 보편 교회의 희망 섞인 기대에 부응하는 한국 주교단의 입장을 소개했다.
한국 교회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도전적 현실과 이에 대한 그리스도교적인 응답이 주를 이룬 이날 인터뷰에서 강주교는 교황이 최근 발표한 회칙에서 강조한 ‘희망’의 의미를 한국적 상황에 비춰 제시해 교회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한국 교회의 희망은 한국 교회 역사의 시초부터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복음을 들여와 선포했을 뿐 아니라 지금도 복음 선포의 현장에 헌신하려는 평신도들이 많다는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이 선포되기 힘든 아시아.’ 아시아 대륙에 대한 과거 교황청의 이러한 인식은 한국 교회의 현실에 비췄을 때 경이로움으로 바뀌어왔던 게 현실이다. 지속적인 성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시아를 향한 한국 교회의 자발적인 투신은 보편 교회에서 놀라움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지 오래다.
“보편 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 교회는 그 자체로 ‘희망’입니다. 그 희망을 나눌 것을 요청받고 있는 셈입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당면한 도전에 대해 강주교는 ‘개인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주의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의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은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해 신앙을 가질 수 있는 원천적인 감각을 상실케 해 교회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강주교는 “6년 만에 이뤄진 한국 주교단의 앗 리미나를 지켜보는 보편 교회의 눈길에서 자긍심과 새로운 십자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복음이 지닌 ‘희망’의 의미를 ‘나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 그 ‘희망’을 한국 교회에서 찾고 있는 보편 교회의 눈길에서 강주교는 새로운 다짐을 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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