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양적 성장 이루지만 냉담율도 43% 육박
2020년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대표 전원 신부)는 11월 27일 서울 명동성당 별관에서 ‘미래 한국사회와 가톨릭교회’ 주제로 제7차 연구발표회를 열었다.
발표회에서는 2020년 한국교회의 모습을 예측한 ‘통계로 본 2020년 한국가톨릭교회’ 발표와 이를 토대로 한국교회의 발전적 미래를 점검해 보는 ‘2020년 미래 사목환경과 가톨릭교회의 변화모색’, ‘미래 사목환경 변화와 본당의 실천적 운영방향’ 주제 발표가 마련됐다.
■ 추세조사 - 통계로 본 2020년 한국가톨릭교회(박종택 연구위원, 통합사목연구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통계자료(1970~2006년)와 통계청 자료(인구부문, 1970~2005년)를 근거로 회귀분석법을 사용해 도출한 이번 자료는 2020년 미래교회의 정확한 모습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 경제, 정치, 문화적 현상 등 교회 외적 환경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활용함으로써 미래교회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양적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2020년까지 한국교회 신자 수는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2006년 477만 여 명(복음화율 9.87%)이던 신자 수는 2010년도에는 521만 여 명, 2015년 582만 여 명, 2020년 643만 여 명(복음화율 13.03%)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냉담자도 계속 증가해 냉담비율은 2010년 39.19%, 2015년 41.16%, 2020년에는 42.77%일 것으로 예측된다. 2000년 냉담비율이 33.42%라는 것을 감안하면 20년 새 1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26.0%였던 주일미사 참례율은 계속 하강곡선을 그려 2010년에 24.7%, 2020년에는 21.2%로 나타났다.
2020년까지 총인구보다 더 빠른 속도의 신자 노령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며 2006년 16%였던 60세 이상 노인신자는 2020년 24%에 달할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부 주일학교 학생 수도 성당 한 곳당 50명이 채 안될 것으로 조사는 전망했다.
성사에 있어 영세자, 견진자, 고해자, 혼배자는 감소하고, 영성체자와 병자성사자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자수와 더불어 성당의 숫자도 계속 증가해 성당 한 곳당 신자 수는 2006년 3230명에서 점진적으로 줄어 2020년에는 3151명일 것으로 예측된다.
■ 주제 발표
“IT기술 이용 사목 활성화 방안 개발을”
◎2020년 미래 사목환경과 가톨릭교회의 변화 모색
2020년경의 한국 교회의 내적인 사목환경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에 바람직한 쪽으로 증가할 것 같은 조건들도 있지만 이와 반면에 감소할 것이 거의 확실한 조건들이 여럿 보여서 미래가 밝지 않아 보인다.
주일미사 참례자의 비율이 줄어들고 냉담자의 수가 많아지는 것은 교회가 내적으로 병들고 침체되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냉담자의 회두를 위해 IT기술을 이용해 교회에 대해 알리고 권유하고 공동체 의식을 키워야 한다. 더하여 교회도 은행이나 기업체들이 고객을 관리하는 노력과 기술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20세 이하 청소년 비율이 낮은 것도 문제다. 성당에는 훌륭한 청소년 사목 모델이 필요하다. 사목 모델을 여러 본당에서 실험해 보고 부족한 점을 개선해 나가는 장이 필요하다.
신자들이 높은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교회가 7~80년대에 군사독재 정부와 대항하며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노력할 때 많은 신자들은 자부심을 느꼈다. 교회가 교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인간을 위하여 무엇인가 중대한 일을 할 때에 신자들의 자부심은 커지게 된다.
신자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공동체 의식이 낮다는 것은 신자들이 연대감을 느끼지 못하고 제각각 흩어지고 파편화돼 있다는 표시다. 지난 20년간 신자수가 많이 증가했다. 신자규모 확대는 필연적으로 공동체 의식의 감소를 초래한다.
미래를 주도할 IT혁명은 시간과 거리를 초월하는 소통의 길을 열어준다. 본당 사무실에 있는 홈페이지 뿐 아니라 구역이나 반이 카페나 블로그 등을 이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사용은 신자들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1987년과 1998년, 2007년에 가톨릭신문이 실시한 ‘가톨릭신자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신자가 중산층 지역에 편중되고 있다. 가난한 신자와 비신자들이 교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이 그들을 교회에서 멀리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또 토정비결을 보거나 철학관을 찾는 신자, 단전호흡과 기공수련에 관심을 두는 신자가 많아지고 있다. 신자들이 마음의 불안과 영적 갈증의 해소책을 교회 안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찾아보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자들의 공허감을 채워주며 마음의 안정과 기쁨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대책과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
오경환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본당 미래는 사사화 경향 극복에 달려”
◎미래 사목환경 변화와 본당의 실천적 운영방향
개인주의화, 전통적 공동체 개념의 변화, 다양화 사회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한국사회의 변화 양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교회 또한 결코 그 변화의 영향권 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몇 가지 현실적 지표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미사, 판공성사 참여율 하락세와 냉담자 증가는 개인주의화 현상이 오래전부터 관철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더불어 교회의 생명에 대한 가르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인식이 늘고 신심, 활동단체 가입률과 공동체 의식의 하락 등에서도 신자 개인주의화 또는 종교 사사화(私事化)(하느님과의 관계, 구원, 신앙을 개인의 사사로운 일로 환원시키고 신앙의 사회적 차원을 배제하는 것)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본당공동체는 구체적으로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까? 본당은 인간의 출생에서부터 죽음에까지 교회의 고유한 방식으로 직, 간접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또 그 안에서 인간 삶의 다양한 양상과 삶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 속의 세상이다. 때문에 본당 사목을 위해서는 인간의 현실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와 안목이 요청된다.
교회 내적인 차원에서 본당공동체 제반 사정의 근본원인은 ‘본당사목의 개인주의화 또는 사사화 경향’에 있다. 교회의 사목적 개인주의화 또는 사사화 경향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권위주의적인 태도와 지도력을 통해 드러나고, 신학적인 차원에서는 개인주의화된 신앙관과 세계관으로 나타나며, 사목적인 차원에서는 성직자 중심의 전례, 성사, 신앙교육, 사목계획, 사사화된 복음 선포를 통해 드러난다.
신자들의 개인주의화되고 사사화된 신앙, 구원관은 교회의 개인주의화된 신앙, 구원관의 거울이다. 개인주의화 된 전례 거행으로 그 충만함이 재현되기 보다는 딱딱하고 건조한 의식으로 약화되어 신자들의 삶과 신앙을 고양시키지 못하고 있다. 본당 사제 개인의 취향과 관심이 압도하는 신앙교육은 한국 교회의 개인주의화와 사사화 과정에 핵심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 교회 그리고 본당의 미래는 무엇보다 사사화된 사목적 관점을 극복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의 사목이 복음의 하늘과 교회의 하늘을 넉넉히 담아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교회와 본당은 하늘의 얼굴을 닮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김정용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