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만남은 회개하라는 부르심”
“헬로우, 하우 아 유~!” “롱 타임 노 씨~!” “아임 파인~!”
200여 명의 유치원생들이 영어 선생님과 인사를 한다. 피부색과 말투가 다른데다 군복을 입고 있어 무서울 수도 있을텐데 이 아이들에겐 영어 선생님만큼 반가운 친구가 없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운영하는 포항시 오천읍 세계리 성 바오로 유치원(원장 배주희 수녀)에는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만 되면 색다른 손님들이 방문한다. 인근 미 해병대 ‘캠프 무적’ 부대장 슬라스코 중령과 부사관 얼소, 미니스는 올해부터 성 바오로 유치원과 자매결연을 맺고 일주일에 한 번씩 이 곳 아이들에게 생활영어를 가르친다.
‘캠프 무적’과 성 바오로 유치원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배주희 원장수녀의 노력 덕분이다. 우연한 기회로 ‘캠프 무적’ 소속 브나르드 하사를 알게 된 배수녀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줄 것을 부탁했고, 지난 1학기 동안 봉사해 온 브나르드 하사가 8월에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자 그 뒤를 슬라스코 중령이 맡게 된 것이다.
슬라스코 중령과 얼소, 미니스는 어느새 월요일이 기다려질 정도로 아이들에게 푹 빠져 있다. 이들은 영어강습 뿐만 아니라 놀이기구도 수리하고 환경정리까지 하는 등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솔선수범하고 있다.
지난 10월 14일에는 사비를 털어 학생과 학부모 등 800여 명을 부대로 초청해 ‘아빠와 함께 하는 운동회’를 마련했고, 할로윈데이 때에는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아이들에게 초콜릿과 사탕을 나눠 주기도 했다.
이러한 아름다운 만남은 곧바로 하느님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쉬는 신자였던 슬라스코 중령과 부사관 얼소가 배주희 원장수녀의 권면으로 다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들은 매주 배수녀와 함께 매주 주일 오전 9시에 포항 오천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신앙의 기쁨도 함께 맛보고 있다.
배주희 원장수녀는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주머니까지 털어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미군들을 보며 주님의 사랑 실천에 국경과 인종이란 잣대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어쩌면 이들에게 있어 아이들과의 만남은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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