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의 삶에 도움 되었으면…”
11월 28일 제주시 삼도1동에 위치한 한 내과의원. 겨울철이라 환자가 무척 많았다. 진료실에 앉아있던 고순희(테아, 46, 노형본당)씨. 수수한 옷차림인 그의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요….” 수북이 쌓인 차트를 뒤적이며 눈길을 피했다. 고씨는 제주가톨릭의사회에서 3년째 활동하고 있다.
“가족들의 원성을 좀 사죠. 그래도 비교적 이해해 주는 편이라 편한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는 교회 봉사활동을 이해해주는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씨의 가족들이 무신론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 달에 1~2번 제주외국인쉼터에서 무료 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 해오는 무료 진료활동이다. “이주민들이 영어미사를 봉헌한 후 간식시간 때 간단히 청진기로 진료하는 건데…그리 큰일도 아닙니다.”
큰일이 아니지만 실천이 어려운 일에 선뜻 나서는 이유는 뭘까. “이주민들은 언어와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진료를 못 받을때가 있습니다. 정작 진료해보면 심각한 병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인데 제 때 진료 안하니 큰 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씨는 이러한 경험을 들려줬다. 병으로 고통 받고 있던 중국 이주노동자가 있었는데 내시경 진료를 하고 한 달간의 약 처방을 하니 금세 회복됐다는 것이다. 그 후 그는 2~3년 일하고 충분한 돈을 벌어 귀국, 고씨에게 중국에 올 경우 꼭 연락을 해달라고 전화까지 했단다.
“대부분의 이주민이 젊습니다. 정말 조금만 신경써주면 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가 봅니다.”
고씨는 가톨릭의사회 회원 모두 본인 정도의 역할은 하고 있다고 했다. “이주민들이 찾아오면 진료를 우선 합니다. 심각한 경우면 회원들 간에 연락을 해 각 병원, 과별로 진료를 부탁합니다. 암 빼놓고는 대부분 해결이 되죠.”
앞으로도 가톨릭의사회 활동을 하겠다는 고씨. “이주민들이 겪는 말 못할 안타까운 상황이 많습니다. 이주민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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