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가까워지면 시골 본당에 있었을 때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새로운 부지에 성전을 짓기 위해 30평 가건물을 임시 성전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성탄자정미사를 봉헌하기 위해서는 성당이 너무 좁다고 판단하여 성당 뒤편으로 텐트를 2개 치고 성당 안에는 의자를 모두 치우고 그 대신 바닥에 스티로폼 장판을 깔아서 준비했습니다.
구역별로 준비한 전야행사를 마치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가와 함께 미사가 시작됐습니다. 촛불을 밝혀든 신자들 사이로 아기 예수님을 모시고 입당하는데 하늘에서 왠 눈(?)이 내리는 것이 아닙니까? 불을 밝혀 보니 범인은 역시 아이들이었습니다. 앞줄에 앉은 아이들이 바닥에 깔아 놓은 스티로품을 죄다 뜯어서 하늘로 던지고 그 옆에 있는 놈은 뭐가 그리 좋은지 그것을 받고,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성당에서 다시 모여 다같이 국밥과 돼지고기, 막걸리를 먹고 마시면서 거룩한 밤(?)을 보냈습니다. 강당과 식당이 없기 때문에 성당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집니다. 성당이 강당이요, 식당인 셈이지요. 하지만 성탄전야제의 기쁨은 그 어느해 보다 따뜻하고 좋았던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내려오신 아기 예수님의 평화가 가득했음을 느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뿌린 눈은 가난한 시골 신자들을 위한 아기 예수님의 은총의 눈임을 확신합니다.
병원 로비엔 12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삭막한 병원 분위기가 트리 하나로 따뜻하게 바뀌었습니다. 트리에는 각양각색의 ‘소망기도’ 카드가 빼곡히 달려 있습니다. 자신의 소망을 진실하게 적어서 나무에 달면 되는데 환자들과 가족들, 병원을 방문하는 분들이 한결같이 좋아하십니다.
“사랑하는 우리 딸 제발 시집가게 해 주세요” “옆구리가 너무 시립니다. 609호로 연락주십시오” “암 투병중인 우리 엄마 고통 좀 없애 주세요. 엄마 너무 너무 사랑해요” 재미있는 내용도 많고 애틋하고 가슴 서늘한 사연도 많습니다.
대부분의 소망은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비는 내용입니다. 더 잘해주어야 하는데 못해준 미안한 마음들을 담아 빨리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카드를 적습니다. 저도 “애인 구함. 평생 직장 보장된 30대 건강한 남자임 - 성당에서 수시로 대기” 이렇게 적어서 걸어놓았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마음은 다 비슷하겠지만 가족 중 누군가가 병중에 있거나 혹은 중병의 고통 중에 있는 병자들에겐 그 마음이 더 애틋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은은한 미소. 그것은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입니다. 아기 예수님은 2000년전 가난한 모습 그대로 가난한 이들, 병중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오십니다. 아기 예수님의 평화가 병중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함께 하시길 빌며 모든 분들에게 올해는 기억에 두고 두고 남는 따뜻한 성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경식 신부 (마산교구 병원사목담당)
그동안 집필해 주신 최경식 신부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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