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정해진 기도문을 바쳐도 정성된 마음 전달될까요
최근 저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저희집에서는 매일 연도를 합니다. 매일 같은 기도를 30분씩 하자니 부담이 됩니다.
그리고 기도서를 보면 가정을 위한 기도, 부모를 위한 기도 등등 온갖 기도문이 다 있는데요. 왜 가톨릭에서는 그렇게 기도문을 정해놓고 하지요? 주일미사 때도 매일미사책 뒤에 정해져 있는 기도를 하더군요.
어떻게 기도를 하는 것이 올바르고, 또 어떻게 해야 잘하는 기도인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공동체 함께 바칠 수 있게 기도의 ‘틀’ 정해 놓은 것
사실 연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고유한 기도입니다. 그러면 ‘외국에서는 바치지 않는 것을 왜 우리나라에서만 하는가?’ 라는 의문을 가질 수가 있겠지요.
외국에서는 돌아가신 분을 위한 성무일도를 바칩니다. 따라서 한국의 신앙인들도 이 기도를 바쳐야 하는데, 성무일도를 통해 얻는 감흥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은 물론, 옛날에는 한글을 모르시는 분도 많았기 때문에 성무일도를 바친다는 것에 많은 무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 고유의 구성진 가락을 통해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기도를 만들었는데, 바로 ‘연도’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안 하고 그냥 돌아가신 분을 위해 묵념만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묵념하면서 딴 생각 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좋은 전통에 따라서 입으로 외워 가면서 함께, 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 얼마나 좋겠습니까?
더군다나 예수님께서는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마태 18, 20 참조)라고 우리에게 약속하셨습니다. 따라서 혼자서 하는 자유로운 기도보다는 함께 마음과 입을 모으는 공동체 기도가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함께 마음과 입을 모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할까요? 그냥 자유롭게 기도하는 중에 저절로 똑같은 마음과 똑같은 말로써 기도하게 될까요?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함께 보고 함께 읽을 수 있는 기도서가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기도할 줄 모르는 제자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셨지요.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묵상과 관상 기도로써 주님과 하나가 되는 이가 있는 반면에, 어떠한 틀이 없이는 기도하기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자기 지향에 해당되는 기도문을 미리 만들어 그것을 보고서라도 기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방식이든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우리에게 하루라는 선물을 온전히 주신 주님인데, 그 하루 중의 아주 작은 부분도 봉헌하지 못한다는 것이 과연 말이 될까요?
조명연 신부 (인천 간석4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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