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버림…’완덕의 옷 입다
젊은 수도자가 연로한 스승에게 물었다.
“수도자란 어떤 사람입니까?”
“날마다 ‘수도자란 어떤 사람인가?’하고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 사람이 바로 수도자라네.”
한 수도자가 전해준 옛 일화다.
수도자는 생활로써 복음을 증거하는 이들이다.
특히 매일 입는 ‘수도복’은 수도자의 정체성을 매일 되새김질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수도자들은 매일 아침 이 수도복을 입으면서 기도를 올린다. 그 기도는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오롯이 내어드리는 봉헌의 마음에서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다.
순명 가난 정결 서약 상징
수도복은 수도자들이 평상시 입는 옷이다. 어느 수도회 소속인지 드러내는 역할도 크다. 일반 신자와 수도자를 구분짓는 가장 큰 차이 중 하나이기도 하다.
교회법(669조 1항)에서는 “수도자들은 자기의 축성의 표지와 청빈의 증거로서 규범에 따라 정해진 수도복을 입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방교회 수도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성베네딕도 수도회 규칙서는 “수도복음 그리스도교의 수도자들이 종교적인 수도 상태에 있음을 드러내는 표시로 입는 복장”이라고 말한다.
특히 수도복은 순명과 가난, 정결 서약을 상징한다. 단순하고, 검소한 수도복은 세상의 헛된 것들을 포기하고, 하느님 앞에서 겸손하게 나아가는 수도자의 자세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수도회에서는 지원기와 청원기를 지나 정식 착복 과정을 거친다.
가난한 노동자들의 차림새 본따
이러한 수도복은 공동체 수도생활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착용됐다. 그 시기는 대략 4세기 전반이다. 대부분의 수도복은 가난한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차림새를 본따 만들어졌다. 의도적으로 디자인되었다기보다 실용적인 목적에서 평상복이 수도복으로 자리잡았다.
형태는 각 수도회의 전통과 사도직활동 등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길고 복잡한 수도복이 보다 간소화됐으며, 또 아예 입지 않는 수도회도 늘었다. 색상은 흰색과 검정색, 갈색, 회색, 푸른색 등으로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소박하고 단순하다.
남자수도복의 가장 대표적인 옷은 투니카(Tunica). 투니카는 큰 천 두장을 맞대 목과 팔이 나올 곳만 남기고 어깨와 옆솔기를 꿰맨 단순한 형태로, 여기에 허리띠를 하고 스카풀라(Scapulare)와 두건 등을 착용한다. 수녀들의 경우 대부분 긴치마에 베일(Veil)을 쓰고 스카풀라를 입는다. 남녀 수도자들이 공통적으로 입는 스카풀라레는 소매없이 앞뒤로 걸쳐입는 옷이다. 방한 등에 용이한 머리와 어깨를 덮는 형태의 쿠쿨라(Cuculla)도 있으나 요즘엔 대부분 카디건과 조끼 등을 입는다. 망토 형식의 카파(Cappa)는 장엄전례 때 주로 사용한다. 또 수도회마다 각 사도직 현장에서 입는 작업복 등도 따로 갖추고 있다. 덧붙여 신자들이 궁금증을 가장 많이 가지는 수녀의 베일 속 머리형태는 특별한 규정 없이 단정히 정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각국 전통에 따라 변형하거나 사복입기도
물론 처음부터 수도복이 없이 창성된 수도회도 있다. 예를 들어 예수회는 일정한 수도복을 입지 않고 세상 안에 들어가 가장 시급한 일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울러 사도직 활동에 따라서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전통과 관습, 사회분위기 등을 고려해 수도복을 변형하거나 사복을 입는 경우도 많다. 사랑의 선교회 수도복은 인도 여성의 평상복인 사리와 같은 형태다.
초기 교회 때부터 소박하고 단순하게 입어온 수도복. 이는 봉헌생활을 통해 끊임없는 쇄신과 변모, 수행의 과정을 이어가는 수도자들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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