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것 모두 주님께 돌려 드립니다"
3살때 약 잘못 써 실명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아껴 저축한 재산 기부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요.”
동전 두 닢을 바친 가난한 과부의 마음이 그랬을까. 육군 논산훈련소 연무대성당 건립을 위해 자신이 가진 전부나 다름없는 1000만원을 내놓은 임종현(루갈다, 76, 서울 수서동본당) 할머니는 너무 보잘것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임할머니가 한 번도 직업을 가져본 적도 없고 돈벌이도 없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 앞에 서면 가난한 과부의 마음과 정성을 되뇌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특히나 할머니가 선뜻 내놓은 돈이 자신에게는 한평생이나 다름없는 40년을 넘게 조금씩 모아온 것이라는 점에서는 경외감마저 품지 않을 수 없다.
묵주를 손에 꼭 쥔 할머니가 남의 일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털어놓는 지난 과거는 그의 선행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태어난 지 다섯달 만에 큰 병을 앓아 대세까지 받았던 할머니는 기사회생한 후 3살 때 약을 잘못 써 눈이 멀고 말았다.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본 할머니에게 부모님들은 살아갈 방도로 안마나 점치는 법이라도 배우라고 했지만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하느님께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시려 그러셨던 게지요.”
우연히 할머니 집을 방문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수녀들이 눈 먼 소녀의 마음을 알고 수녀원에서 지낼 수 있게 이끈 게 14살 때였다. 수녀원에서 바느질과 뜨개질 등을 배우며 좋으신 주님의 사랑을 한껏 체험했던 할머니는 나이가 들자 포항의 성모자애원으로 옮겨야만 했다. 그때부터 할머니의 40년 넘는 대장정이 시작됐다. 고향의 부모님이 조금씩 부쳐주는 용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꼬박꼬박 적금을 들고 적금을 타게 되면 다시 적금을 드는 것을 반복하며 언제 어떻게 쓰일 지 모를 미래를 예비했다.
13년 전 포항에서 자립해 서울로 올라온 할머니는 장애수당과 정부 보조금이 나오자 최소한의 생활비만 빼고 그 또한 고스란히 통장에 넣었다.
“언젠가 하느님께 바치고 싶다는 마음을 늘 가슴에 담아왔지요.”
얼마 전 적금을 탄 할머니에게 연무대성당 건립 소식이 전해지자 할머니는 이 일이구나 싶어 거리낌 없이 기증 의사를 밝혔다.
“제게 베풀어주신 하느님 은혜가 너무 많은데…. 제가 주님을 위해 해드린 일은 없어 늘 죄송스러울 뿐이었어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주위 사람들을 하나둘 주님 곁으로 이끌기도 한 할머니는 자신의 일이 하느님을 알리는 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교회의 미래가 드나들 성전 귀퉁이에 벽돌 몇 장 더할 수 있었으면 할 뿐입니다.”
가난하게 살아오며 가난 그 자체가 되어버린 임할머니는 주님이 주시는 풍요를 한없이 누리고 있는 듯했다.
※도움주실 분 02-749-1921 군종교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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