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행복한 그날까지‘마이웨이’는 쉼 없다
릴레이 희망의 마라톤 전 구간 대표 주자로‘희망’ 전한다
뛰면서도 가끔씩 고개를 들어 보이지도 않는 하늘을 향해 눈길을 보낸다.
그리고 씨익 한 번 웃어본다. “주님, 보고 계시죠. 저 잘할게요.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주세요.”
3월 30일 경기도 동두천시 지행동 ‘차 없는 거리’, 열여드레 동안 서울과 대전, 대구를 거쳐 울산에 이르는 총 555㎞ 거리를 달리는 ‘2008, 1004 릴레이 희망의 마라톤’ 출발 현장. 출발을 알리는 경쾌한 총성을 뒤로 하고 스타트 라인을 벗어난 차승우(라파엘, 44, 서울 수서동본당)씨는 함께 달리는 다른 주자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페이스를 조절하며 뛰는 노련미에서 관록마저 느껴진다. 옆에서 나란히 뛰는 도우미와 이어진 끈만 없다면 그가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눈치 챌 사람도 없을 듯하다.
1004명의 구간별 주자를 포함해 연인원 5000여 명에 이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간을 나눠 달리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번 행사에서 차씨는 전 구간에 걸쳐 주자들을 이끄는 대표주자로 나섰다.
“중학교 문턱에도 못 가봤지만 우리 사회에는 그보다 높은 문턱이 곳곳에 있더군요. 그 턱을 없애 나가는데 조그만 힘이 됐으면 해요.”
2001년 10월 우연한 기회에 마라톤을 시작한 차씨. 그간 120회가 넘는 대회에 출전해 36번이나 풀코스를 완주하고, 시청각장애인으로는 국내 최초로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는 등 무수한 장애를 넘어서 온 그였지만 500㎞가 넘는 거리에는 처음 도전하는 것이어서 설렘에 앞서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한 청각장애인 친구가 저를 보더니 자신의 처지는 복 받은 것이란 말을 하더군요. 복지정책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돼 있지 않은 게 우리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면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 그는 ‘행복’이란 낱말도 모른 채 숨죽이고 있는 모든 장애인들을 위해 뛴다.
이날을 위해 차씨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일주일에 서너 번씩 남산공원 등을 찾아 하루 두 시간씩 15∼20km를 달리며 희망을 키워왔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그간 국내는 물론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도 달려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에게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희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누구에게 희망이 되어줄 때 제 희망도 늘 새롭게 차올랐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스페인 성지를 잇는 1000㎞ 구간을 자신의 발로 달려보고 싶다는 희망을 털어놓은 차씨는 바람보다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 대장정이 마무리될 즈음 그가 헤쳐 온 감동의 길은 많은 이들에게 마침표가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희망을 위한 쉼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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