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복음 묵상-노성호 신부(모산골본당 주임)
4월 20일 부활 제5주일 (요한 14, 1∼12)
음악을 듣게 되기까지
얼마 전 MP3 플레이어 한 대를 구입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운동도 하고, 어학용으로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 구입했는데,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제품이어서 그랬던지 인지도가 타사제품에 비해 월등히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에 상응하여 높은 것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용법의 난이도였습니다.
플레이어에 어떻게 음악이며 동영상 파일을 전송시키는지에 대한 제품 설명도 부실했고, 디자인의 단순화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까지 줘서 좋았으나 너무 단순화 하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조작해 작동시켜야 하는지 조차 난해했습니다.
신제품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기를 수삼일, 그러나 결과는 방황(?)의 연속이었습니다.
MP3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목적으로 길을 떠났으나 그 방향을 뚜렷하게 잡지 못해 여기저기로 헤매고 다닌 시간이었지요.
그렇게 며칠을 인터넷에 들어가 사용법을 배우려고 애를 쓰기도 하며 같은 제품의 사용자들이 올려놓은 글들도 보고 했는데, MP3 한 대에만 매여 있을 수는 없었기에 이러저러한 일들을 하다 보니 어느새 새로 구입한 MP3는 책상 한 구석에 찌그러져 있더군요.
저도 제 할 일 바빠서 MP3에 신경 쓰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다시 언젠가는 시간을 내서 천천히 사용법을 익히고 말리라는 안일한 속셈이 그 귀한 신제품을 홀대하여 구석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일종의 안주였을까요? 술 한 잔 기울일 때 곁들여 먹는 안주는 맛이라도 있지, 이번의 안주는 맛은 커녕 귀한 것을 귀하게 느끼지 못하게 했고, 새로이 무엇인가를 배우려고 했던 의지를 꺾어놓았으며, 심지어 그 필요성까지 망각하게 하면서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MP3를 작동시키기 위한 방향뿐만 아니라 그것을 작동시켜야 한다는 목적까지 모두 없어진 그 상태는 분명 안주였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작동시켜 보고, 안내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MP3를 향한 순례(?)의 여정을 계속 떠나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순례의 끝에서 좋은 제품을 통해 들려오는 좋은 음악들을 만나고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목적만 있고 방향은 잡지 못하고 헤맸던 방황의 시간도, 그 어떤 목적이나 방향도 뚜렷하지 않았던 안주의 시간도 모두 지난 다음에 뚜렷한 목적의식과 방향을 설정하고 열심히 마음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가자 얻게 된 쾌거였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이 제품에 대해서 열광하는지 말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가는 길도 방황과 안주, 순례의 길이 아닐까요?
가긴 가야겠는데 갈피를 못 잡고 헤매며 방황하기도 하고,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안주를 할 때도 있으며,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또 다시 순례를 떠나기도 하지요.
아마도 그 길은 우리가 하느님 품 안에 안기기까지 끊임없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 끝을 알 수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야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지지만, MP3로 음악을 듣게 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노력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하물며 하느님을 만나게 되기까지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런지요.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힘입어 또 다시 힘을 내어 아버지께로 가는 순례의 길에 용감하게 나서봅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예수님과 함께 걷는 그 길 위에서 어느새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의 집에 있게 되겠지요.
5분 신앙상식-열왕기의 구조
가나안땅 정복서 잃기까지 다루며
‘신앙의 근원’으로 돌아갈 것 강조
열왕기는 ‘열왕’ 열명의 왕을 다룬 책이 아니라, 여러 왕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으로서 북이스라엘과 남유다 왕국의 역사가 기술되어 있다.
열왕기의 편집 목적은 당시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배 중 자신들의 죄를 참회하고, 이스라엘과 유다의 파멸이란 예언자들이 선포한 심판의 성취라고 이해한다.
결국 이 세대와 하느님의 종교가 멸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앙의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서술되었다.
솔로몬의 등극부터 여호야킨이 바빌론 감옥에서 특사로 풀려 날 때까지의 시대를 총괄하고 있는 열왕기는 가나안 땅 정복으로부터 멸망해서 가나안 땅을 잃게 되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예레미야 예언자라고도 하나, 학자들은 신명기계 학자들이 사료들을 수집하고 편집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요시야왕 시대에 저술이 시작되어 최종 편집은 유배 중에 되었다고 하며, 구조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부분 (상1장∼11장) : 솔로몬의 역사
두 번째 부분 (상12장∼하17장) : 이스라엘 멸망까지의 이스라엘과 유다 왕들의 역사
세 번째 부분 (하18장∼25장) : BC 587년 예루살렘 파괴와 그달야 총독 시대 및 여호야킨의 특별사면 때(BC 561년)까지의 유다 왕들의 역사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