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서 죽어가는 원주민 위해 사투”
“이 맘 때면 화상 환자들도 많은데….”
유재연(율리에타) 수녀의 눈이 잠시 흐려졌다. 그의 생각은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잠비아에 가 있는 듯했다. 우기 끝 무렵에 접어든 잠비아는 한국의 초가을 날씨여서 추위를 피하려 움막 안에 불을 피워놓고 자다 화재가 나 온가족이 참변을 당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2003년 2월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 선교사로 잠비아에 파견된 지 꼭 5년 만에 3개월의 휴가를 받아 귀국한 유재연(율리에타) 수녀와 우수덕(벨라뎃다) 수녀.
특히 유수녀에게는 하루하루가 여삼추다. 지난 2006년 9월 잠비아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인 솔웨지교구 땀부(Ntambu)에 문을 연 병원 루위(Luwi, 원주민 말로 은총이라는 뜻)병원에서 그가 유일한 임상병리사이기 때문이다.
전기가 부족해 냉장고도 쓸 수 없는 병원 현실, 이 때문에 미리 수혈을 해 피를 보관해 둘 수가 없어 위급한 환자가 생기면 현장에 있는 누구의 팔을 잡고서 피를 뽑아야 한다.
치료의 첫 단계인 각종 검사도 유수녀에게 달려있어 그야말로 그의 손에 환자의 목숨이 좌우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이번 휴가 기간 중 황금같은 시간을 쪼개 몇 주 동안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임상실습을 하기도 했다.
유수녀는 휴가 중에도 에이즈와 말라리아는 물론 이름 모를 병으로 죽어가는 원주민들에 대한 생각이 잠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50㎞가 넘는 곳에서도 며칠씩 걸어 병원을 찾아오는 이들이 있어요. 저희들만을 믿고 오는 이들이지요.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 게 주님께서 저희를 부르신 이유겠지요.”
하지만 현지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발전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수술실과 X레이실 등을 갖춰 놓고도 장비를 가동할 수 없어 발을 동동대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무슨 병인지 제대로 검사를 해야 치료를 할 텐데 간기능 검사 등 생화학검사는 엄두도 못 내고 현미경을 이용한 기본적인 검사에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열악한 사정으로 지난 2005년 현지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던 동료 수녀를 말라리아로 하느님 곁에 먼저 보내야만 하기도 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께 전해져야 했던 ‘물 적신 해면’이 그들에게도 필요합니다.”
※도움주실 분 010-4947-0797 아프리카 잠비아선교후원회
사진설명
유재연 수녀는 전기가 부족해 냉장고도 쓸 수 없는 병원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아프리카 잠비아에서도 오지인 솔웨지교구 루위병원에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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