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가 2007년 12월 100권 째 선정도서를 끝으로 3년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2000여 명이 넘는 신자와 100여 개 본당·기관·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전개된 ‘신심서적 33권 읽기’는 지지부진했던 한국교회 독서문화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교회 공동체 모두가 신앙생활의 활력소이자 신자 재교육을 위한 도구로써 독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몸과 마음으로 확인하는 장이었다.
본지는 2주에 걸쳐 독서운동 3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독서문화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본다.
# 조심스러운 출발
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는 서울 잠실7동본당이 2004년 실시한 ‘신심서적 54권 읽기’의 성공을 계기로 본격 준비됐다.
2004년 12월 독서운동이 시작될 당시만 해도 신문사 안팎으로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았다. 본당 공동체에서는 가능한 운동이지만 전국의 모든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전례가 없을 뿐더러 신자들의 열독률도 대단히 낮았다. 교계 출판 인프라도 부족했다.
장밋빛 미래보다는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더욱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운동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책과 책 읽기가 신자 개인 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내적 성숙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잠실7동본당의 성공사례와 노하우, 그리고 이에 대한 전국 각 교구 본당 공동체의 독서운동에 대한 관심도 이같은 확신에 힘을 보탰다.
# 예상치 못한 성원
전국적인 관심과 참여는 폭발적이었다. 2004년 12월부터 2005년 2월까지 불과 석 달 만에 1000여 명의 신자가 책을 받아보겠다고 신청했다. 독서운동 홈페이지는 33권 읽기에 도전하는 신자들의 다짐으로 가득했다. 본당이나 기관?단체 뿐 아니라 개인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는 미처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만큼 책 읽기에 대한 신자들의 열망이 컸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서울 광장동본당, 의정부교구 구리본당 등 30여 개 본당이 독서운동에 직접 참가했고 10여 개 본당은 30권, 24권, 월 1권 읽기 등 공동체 사정에 맞는 책 읽기 운동을 시작했다. 필리핀 마닐라, 홍콩, 미국 올드 볼티모어 등 3개 해외교포교회도 동참했다.
교황청도 독서운동이 무한한 사목적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표명했다. 교황청 관보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는 2005년 2월 23일자에 거의 한 면을 할애, ‘신심서적 33권 읽기’의 단계별 목표와 현황, 기대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로마노지가 지역교회의 캠페인에 대해 이처럼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의미를 부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또 당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 로베르 사라(Robert Sarah) 대주교도 격려서한을 보내 ‘신심서적 33권 읽기’에 대해 ‘높이 평가’(much appreciated)하며 독서운동 참가자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 꾸준한 관심
독서운동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출판문화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독서운동 열기를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2005년 5월에는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와 함께 ‘한국교회 출판 문화의 어제와 오늘’ 워크숍을 열었다. 아울러 그 해 7월에는 본당 사목자와 독서운동 참가자, 출판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상반기 결산 대담회를 갖고 독서운동 활성화를 위한 교회 각 계층의 의견을 모으는 시간도 가졌다. 2년째에 접어든 2006년 4월에는 책 읽기 열풍을 이어나가고자 전국 규모의 독후감 공모대회도 마련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선정도서 독후감을 공모해 당선작을 신문에 게재하고 다음 달 책을 무료로 발송하는 행사도 가졌다.
독서열풍은 2005년 한해로 그치지 않았다. 2006년에도 참가자는 꾸준히 늘어 그해 1월 400여 명이 새롭게 동참했으며 2007년에는 매달 300여 명의 신자들이 선정도서를 받아 책을 읽고 있다.
2007년 12월 현재까지 온?오프라인 상으로 독서운동에 참가한 이는 2057명. 기관?단체는 40여 곳에 달한다. 두레출판사의 ‘나무를 심은 사람’(2005년 1월 선정도서)으로 시작한 선정도서는 ‘행복한 기도’(2007년 12월 선정도서)로 끝을 맺었다. 36개월간 총 100권의 책이 선정됐으며 본당과 기관?단체, 개인에게 발송된 책은 4만 여 권에 달한다.
각양각색 참가자들도 눈에 띈다. 독서운동 소식을 뒤늦게 접한 90세 할아버지는 2005년 상반기 도서를 한꺼번에 구입하며 책 읽기에 돌입해 2007년까지 100권의 책을 모두 읽는 기염을 토했다. 부모와 함께 동참한 중학생, 군 복무중인 아들에게 매달 신심서적을 발송해준 어머니도 있었다.
한 신자는 교도소 재소자를 위해 보내달라며 매년 20만원의 후원금을 매년 1월 입금하기도 했다. 가톨릭신문을 통해 독서운동에 동참하고 싶다며 책을 보내달라고 편지를 쓴 재소자들도 10여 명에 달했다.
갈매못성지 가족, 서울 애화학교, 인천 풍무동본당 임마꿀라따회 등 독서운동에 동참한 기관?단체에서는 신심서적을 돌려보고 매 주일 또는 매 월 한 번씩 자발적인 독서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 아쉬운 점
전례가 없던 전국 규모의 독서운동이었던 만큼 아쉬움도 있었다.
책 읽기에 대한 의무감을 부여하고 완독자 현황을 파악하고자 제작했던 독서카드는 수거와 합산에 무리가 따름에 따라 2005년 상반기 중에 중단됐다. 사목자와 신자들의 만남이 잦고 매 주일 미사가 봉헌되는 본당에서는 독서카드 작성과 확인이 가능했지만 전국 규모 독서운동에서는 시행이 어려웠다. 온라인을 통한 참가신청과 관리, 홈페이지를 통한 독서 인프라 구축도 대부분의 참가자가 인터넷 사용이 능숙치 못한 연령대여서 그리 활발히 진행되지 못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성인 뿐 아니라 청소년?청년들을 위한 도서를 선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계획 단계에 그쳤으며 선정의 폭도 교계출판사 도서에 한정돼 아쉬움을 남겼다. 책에서 맛본 진한 신앙의 여운을 삶 안에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되지 못한 것도 참가자 수가 매년 줄어든 이유로 지적된다.
# 앞으로의 과제
‘책 읽는 교회, 가능성을 확인했다.’
교회 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독서운동은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3년간의 긴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신심서적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던 신자들은 이제 책 읽기가 선물해 준 보이지 않는 성숙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책을 받아봤고 100여 명은 3년 100권 완독이라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냈다.
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를 통해 책 읽는 교회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날로 상업화되어가는 출판문화의 현실을 이겨내고 신심을 북돋울 수 있는 양서를 내놓아야 할 책임이 교계출판사에 있다. 사목자 또한 책 읽기가 신앙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해 신자들이 책 읽기에 보다 친숙해질 수 있도록 사목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책 읽는 교회’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수많은 독서운동이 계속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설명
▶교황청 관보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 2005년 2월 23일자. 한 면을 할애해 ‘신심서적 33권 읽기’를 상세히 보도했다.
▶서울 잠실5동본당이 2006년 1월 8일 개최한 독서운동 결산행사에서 33권을 완독한 김한구(왼쪽)씨가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새 성경을 선물로 받고 있다.
▶지난 2005년 8월 본지 박영호 취재팀장의 사회로 본당 도서위원과 사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반기 독서운동 결산 대담을 가졌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