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교육 통해 사회봉사 생활화를”
직장서 더 좋은 대우 받거나
개인 사업 펼칠 수 있었지만
비영리기관 책임자 자리 선택
보다 많은 교육 기회 제공해
사회공헌의 가치 확인하고
효율, 지속적인 활동 도와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원봉사 활동가 수는 5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2004년 이후 개인의 기부 증가세는 주춤한다는 보고다. 기업체 등이 직접 추진하는 사회공헌활동은 증가 추세를 이어간다.
사회 한편에서는 우리나라의 기부문화 활성화는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기업체 기부금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는 낮은 기형적인 형태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또한 여전히 충분치 않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 곽대석(미카엘, 53) 소장은 “개인이든 기업체이든 봉사와 기부 등의 활동은 ‘참여’와 ‘교육’을 통해 생활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발적인 생활화가 이뤄져야 활동이 지속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번 가톨릭인터뷰에서는 자선주일을 맞아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곽소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소위 ‘잘 나가는’ 대기업 부장이 비영리단체로 자리를 옮겼다. 주변에서는 ‘설마’하는 반응이었지만 그 설마는 사실이 됐다.
곽대석 소장은 지난 6월 CJ 사회공헌팀장을 그만두고 사회공헌정보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곽소장은 기업의 사회공헌 분야에서 국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전문 인재다. 국내 사회복지단체들과 복지사 등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전문성과 진정성을 겸비한 사회공헌 전문가’로 꼽는 인물이다.
그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결식이웃을 돕는 ‘푸드뱅크(Food Bank)’를 만든 인물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공부방·지역아동센터 교육을 돕는 ‘도너스캠프(Donors Camp)’ 등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 프로그램들도 줄곧 추진해왔고, 그 공로로 대통령상과 보건복지부상도 받았다. 나아가 그가 몸담았던 대기업에서는 나눔재단까지 설립했고, 수많은 기업체들이 그가 고안한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다.
경력으로 볼 땐 기업 안에서 더 좋은 대우를 요구하거나 개인 사회공헌컨설팅 사업을 펼칠 수 있었지만 그는 힘겨운 비영리기관 책임자 자리를 선택했다. “기업 범위를 넘어서, 전 사회구성원이 연계된 협력모델로서 사회공헌사업을 확장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회공헌’은 일반적으로 기업이 단순한 기부를 넘어서 인적, 물적 자원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개선하는 데 투자하는 제반의 노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곽소장은 “사회공헌은 기업과 종교시설 등을 넘어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는 “교육을 통해 사회공헌의 가치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보다 효율적, 전문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활동이 사회문화로 승화되고 자리매김할 때 소위 ‘기부문화’가 안착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곽소장은 사회복지와는 별 관계없는 대기업의 평범한 엘리트 사원이었다. 그런 그가 사회복지로 눈을 돌린 계기는 ‘고향’과 ‘부모’였다.
“제 고향은 전라도의 섬 비금도입니다. 한창 직장생활을 하던 중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싶었지만 고향을 떠날 수 없는 부모님과 먼길을 오가기 힘든 제 생활 안에서 갈등이 생기더군요. 특히 어르신들만 남은 섬의 현실을 보고 노령화문제의 심각성을 의식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니 주변에서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개인의 문제를 사회문제로 의식하는 순간이었다. 노인의 전화며 각종 노인상담기관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사회복지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석, 박사 과정도 밟았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사회복지 관련 소양을 쌓았던 때, 자유롭게 내놓은 그의 의견에 당시 회사 CEO가 귀를 기울였다. 이후 곽소장은 기업의 사회공헌 모델 개발 선두에 서 힘차게 달려왔다.
곽소장이 강조하는 사회공헌 활동에는 큰 줄기의 소신이 있다.
기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업화된 형태가 아닌 사회복지의 본래 목적과 윤리철학이 보장되는 활동을 지속하는 것. 나눔을 기뻐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문화가 조성되도록 돕는 것이 그의 의지다.
“기부나 자원봉사 등 사회공헌활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동기’와 ‘경험’의 제공입니다. 올바른 동기를 갖고 체험을 해보면 속도가 좀 느릴지언정 각자의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도 그 의미를 널리 전하고 오래 지속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곽소장은 “사회공헌활동을 남을 위한 단순 의무로만 인식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도망갈 궁리하기에 바쁠 것”이라며 “가능한 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넓히고 활동 내용 또한 매뉴얼화해 누구나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역설한다.
이에 따라 곽소장은 최근 기업과 정부, 개인 등이 보다 합리적으로 기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네트워크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에서는 누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누구를 어떻게 도와야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제공, 컨설팅까지 무료로 돕는다.
“공동선을 위해 활동하는 종교·시민단체와 수익활동을 하는 이들, 행정지원이 가능한 정부 등이 적극 연대해야 보다 가치있는 기부문화를 자리매김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일반인들이 사회공헌을 학습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보다 폭넓게 제공하는 사회환경 조성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 곽대석 소장은
(주)CJ 사회공헌팀과 나눔재단 사회공헌팀에서 활동하다 올해 설립된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업사회공헌 활동 교육과 자문 전문가로 각종 강의를 지원하며,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대위원 및 사회복지법인 모니카재단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2001년 보건복지부 장관상, 2005년 대통령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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