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남북정상회담, 17대 대통령선거 등 굵직굵직한 세상의 흐름 속에서 한국 교회와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받았던 2007년이 저물어간다.
교회력으로 새로운 해를 맞으며 지난 한 해 한국 교회 변화의 흐름과 그 주요 특징들을 교회사목과 사회사목으로 나누어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시대 변화에 적극 대응
변치 않는 진리 지킨다”
생명대학원 설립 추진, 공동성명 발표 등
범국민적 ‘생명 문화’ 건설 위해 구슬땀
성가정운동 등 건강한 가정 만들기 앞장
2007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가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기 위한 한국 교회의 활동이 돋보인 한 해였다. 과학과 지식의 오용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모색을 통해 자신의 십자가를 드러냈다.
교회 내적으로는 내실을 다져가려는 노력이 엿보인 해였다. 지난 한 해 한국 교회의 주요한 흐름과 특징을 되짚어봄으로써 우리 가운데 함께하시는 주님의 숨결을 느껴본다.
- 생명, 가정 지킴이 위상 강화
가장 두드러졌던 교회 활동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1월 발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등으로 인해 파생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 흐름에 맞서 새로운 흐름을 일궈낸 것이다. 이같은 성과는 생명 담론을 압도하는 사회의 거대한 흐름에 거슬러 이 시대가 요청하는 예언자적 몫을 해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그간 교회 곳곳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해치는 사회의 흐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지만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서울대교구가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가톨릭대학교에 생명대학원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 그 좋은 본보기다. 생명윤리학 연구 인력은 물론 ‘생명의 문화’ 건설에 앞장설 사회지도층 양성의 구심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생명대학원은 한국 사회에서의 생명의 문화 건설은 물론 아시아 전체의 생명윤리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큰 몫을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특히 국내의 생명윤리학이 현대의학이나 생명과학 등과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속에 이뤄진 생명대학원 설립은 시대적 요청에 적극 부응하는 실천의 하나로 큰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생명의 문화 건설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는 생명 교육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회는 지난 3월 15일 주교단 전체의 뜻을 모은 공동성명 형태로 강경하고 명확한 어조로 ‘생명의 문화를 향하여!’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강력한 생명 수호 의지를 피력하며 생명운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어 주교회의는 3월 23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인간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허용하자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각종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알리는 등 대국민 홍보에 전례없는 힘을 쏟기도 했다.
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생명31운동본부 주관으로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무총리 앞으로 20만부의 탄원엽서를 보내는 ‘생명 수호 엽서 보내기’ 운동을 펼치는가 하면 생명문헌집 ‘생명에 관한 천주교회의 입장’과 생명교육 문답집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십시오’를 발간해 전국 각 본당과 기관단체 등에 배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도 산하 법조위원회를 중심으로 배아연구를 일절 금지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며, 2008년에는 각 본당 내 생명분과 설치와 신자 교육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같은 일련의 노력을 밑거름으로 9월 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주교단과 신자 등 4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천주교 생명수호대회’를 열어 생명의 존엄성을 환기시키고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반생명적인 문화로 인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이 행사에는 성공회 원불교 유교 등 타 종단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우리 사회의 생명운동을 이끌고 있는 교회의 위상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하지만 생명과학의 급속한 발달로 생명의 존엄성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교회의 모색은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교회 내 생명과학, 의학, 생명윤리, 법 전문가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신자들에게 올바른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생명윤리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 가정사목 프로그램 다양화
이러한 흐름과 함께 모든 사회문제의 밑바닥에 깔린 가정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교회의 사목이 보다 다양화되고 있는 점도 올해 교회가 갈무리한 수확 가운데 하나다.
이는 기존에 본당과 교구 차원에서 전개되어 오던 성경 필사와 가정 기도 등 개인적 차원에 머물던 실천을 가족관계 강화, 가정 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확대 등 공동체 차원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으로 가시화돼 나타났다.
수원교구에 일고 있는 성가정운동 붐은 가정사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전형으로 꼽힌다. 수원교구 복음화국이 지난 2월 21일 재의 수요일부터 향후 3년 동안 대리구 및 본당, 교구 내 모든 가정이 참여하는 전 교구 차원의 운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성가정운동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안들로 뜨거운 반응을 낳고 있다. 교구 복음화국도 다양한 가정기도 양식 및 실천표 등 관련 자료를 일선 대리구 및 본당에 배부하는 등 성가정운동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신자들의 삶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인천교구가 지난 4월 문을 연 ‘인천 중구 건강가정지원센터’도 사목의 보폭을 넓히며 가정사목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해내고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교육, 상담, 문화, 네트워크 사업 등 통합적인 서비스를 통해 가정문제의 ‘치료적’ 지원은 물론 가족기능 강화와 가정문제 ‘예방’을 위한 가정사목 활성화의 통로로 기대를 더해가고 있다.
‘아버지 학교’ 등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 지키기 위한 교회 차원의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올해 한국 교회가 거둔 소중한 열매다.
‘아버지상의 회복을 통한 가정성화’를 목표로 수원교구에서 시작된 ‘아버지 학교’가 대전, 제주, 청주교구 등에 이어 의정부교구 등 전국 차원으로 확산되면서 가정사목의 주요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뿌리내리는 성과를 낳았다. 특히 아버지 학교는 교육, 피정 등 교회 내 대부분의 활동이 여성 위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남성 신자들로 하여금 모임을 주도하게 하는 한편 교회 활동의 주체로 세워냈다는 면에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사목적 패러다임을 내오는 전기가 되고 있다.
- 청소년사목 강화
근래 들어 활성화되고 있는 청년사목과 관련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교회의 미래이자 현재인 청년들에 대한 각별한 의지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가 전국의 청년 신자들과 봉사자 등 4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8월 18일부터 21일까지 제주교구에서 개최한 2007 한국가톨릭청년대회는 한국 교회가 향해가고 있는 청년사목의 이정표로 아로새겨질 전망이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모색된 이 대회를 통해 교회는 신자 청년들이 지닌 뜨거운 신앙과 함께 영적 갈증을 확인함으로써 청년사목의 새로운 디딤돌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아울러 교회는 대회에서 확인한 젊은이들의 신앙적 열정과 활력을 교회의 일상 삶과 사목 안에서 구현해 나가야 할 십자가를 부여받게 됐다.
- 대 사회 홍보 강화
사회를 향해 교회의 목소리를 올바로 전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된 것도 올해 교회가 보인 특징적인 발걸음 가운데 하나다. 주교회의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대외 홍보를 비롯한 대언론 모니터링 업무를 총괄하는 ‘미디어부’를 신설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 산하에 신설된 미디어부는 설립 이후 신속하고 풍성한 교회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왜곡된 사회 내 정보를 정화함은 물론 교회 안팎을 잇는 언로이자 선교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타 종단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교구 차원으로도 확대돼, 2007년에 들어서면서 교회의 입 역할을 해온 교구 홍보담당 부서들이 체제를 새롭게 개편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교구 주교평의회에서 사무처 소속이던 홍보실을 ‘문화홍보국’으로 승격시켜 교구 내 문화사목 부분을 통합하여 업무를 추진토록 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한 남다른 사목 역량을 보여온 의정부교구도 ‘홍보전산국’을 ‘문화미디어국’으로 전환해 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는 물론 이를 뒷받침할 기획과 연구에 이르는 총체적인 계획까지 내놓아 문화사목에 새로운 전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교회의 움직임은 올바른 교회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대외 홍보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화를 통한 복음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일궈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20세기 순교자 시복시성 추진
순교자 중심의 한국 교회사 흐름 속에서 구원사.신앙사 중심의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찾기 위한 모색이 더해진 것도 특기할 만한 모습이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한국 교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5월 10일 수도회 소속 수도자 등 ‘20세기 순교자’ 36명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을 공식 선포하면서 20세기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 운동이 불붙기 시작했다.
춘천교구와 함흥교구가 6월 8일 교구 소속으로 강원도와 함경도 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중 1940~50년대에 신앙을 증거하며 순교한 이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선포한데 이어 대전교구도 9월 ‘근 현대 수난사 관련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6.25전쟁 등 한국 교회 근 현대 수난사 조사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함으로써 그동안 미진했던 근 현대 순교자 연구가 한국 교회 안에서 보다 확산될 전망이다.
- 기타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가 주최하고 한국 주교회의 주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2월 9~11일 사흘간 열린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행사는 한국 교회가 지닌 역동성을 다시 한번 세계 교회에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사진설명
▶‘천주교 생명수호대회’에 참가한 신자들이 ‘생명수호를 위한 서약’이 적힌 촛불을 들고 묵주기도를 하고 있다.
▶제주교구에서 열린 2007 한국가톨릭청년대회 참가자들이 김대건 제구 표착 기념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생명31운동본부는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생명 수호 엽서 보내기’ 운동을 폈다.
▶‘아버지상 회복을 통한 가정 성화’를 목표로 하는 ‘아버지 학교’에 참가한 한 아버지가 가족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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