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 보다 진한 ‘주님 향기’ 그윽~
황토방카페에 북카페까지
지역 사랑방 쉼터 역할도
카페(cafe).
이름만 들어도 커피향이 묻어나는 이곳에서는 누구와 있어도 느낌이 다르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레임이 있고, 나만의 사색에 잠길 수도 있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그 느낌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얼마 남지않은 낭만을 헤아릴 수 있는 곳, 카페. 그 커피향이 가톨릭에 들어왔다.
한국 가톨릭에 카페문화가 들어선 역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카페가 변화한다. 차와 커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기능은 기본. 가톨릭 속 카페는 다양한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서울 봉천7동본당 ‘황토방 카페’
먼저 소개할 곳은 서울 봉천7동본당(주임 이재을 신부)의 황토방 카페. 카페 문을 열자마자 황토 특유의 냄새가 풍겨난다. 멍석이 깔려있어 카페에 들어올 때는 모두 신발을 벗는다. 이곳은 만남의 방, 지역민 쉼터, 다도예절 교육방, 셀모임방 등으로 쓰인다.
카페장 김광옥(실비아·64)씨가 정겨운 모습으로 말문을 연다.
“신부님과 신자들이 함께 모여 벽에 황토를 발랐어요. 처음부터 황토를 넣으면 갈라져 3~4번을 바르고 문살에도 황토흙을 입혔죠. 천장도 광목에 황토물을 들여 붙인거에요.”
황토방 카페는 신자들의 건강을 생각한 주임 이재을 신부의 아이디어다.
‘흙’이라는 자연적 소재로 성직자와 신자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푼다. 길가를 지나다 우연히 카페를 본 인근 서울대학생들과 관악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은 신자가 됐다.
이재을 신부는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가치에 맞게 교회가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카페는 친교를 나누며 신앙을 쌓아가는 자리가 된다”고 말했다.
서울 무악재본당 ‘카페 수’
두 번째는 이제 막 카페 문을 연 서울 무악재본당(주임 이철희 신부)의 카페 수(秀). 사제관 밑 주차장 한켠에 조그마하게 마련된 카페는 ‘앙증맞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빼어날 수’자를 이름으로 쓰는 카페답게 분위기도 빼어나다. 주임신부가 직접 드릴로 달았다는 카페 간판도 멋스럽다. 결혼할 때 혼수로 장만해온 커피잔 셋트도 모두 내놨다.
수 카페에서 내놓는 음료에는 가격이 없다. 그저 양심껏 카페에 마련된 저금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 10잔을 먹고 천원을 내놓을 수도, 1잔을 먹고 만원을 내놓을 수도 있다. 수익금은 모두 성소후원회비로 쓰이기 때문이다. 카페와 함께 시작된 비즈공예 수익금도 마찬가지다. 의욕 넘치는 주부들이 모여 비즈공예를 하고 끊어진 신자들의 묵주는 무상으로 고쳐주기도 한다. 이정도면 성당 안 문화적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는 여건은 모두 갖췄다.
부산 한국순교복자빨마수녀회 ‘북카페’
다음은 부산 남천 주교좌성당 정문 앞에 문을 연 한국순교복자빨마수녀회(총원장 최금희 수녀) 북카페. 북카페에는 가톨릭 서적은 물론 일반서적과 함께 책갈피, 전례용품, 성물도 마련돼 있다. 그냥 카페는 밋밋해 종교서적을 홍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문을 연 북카페에는 약 3000권 가량의 책이 있다. 또 수녀회에서 직접 기르고 만드는 야콘차, 쑥차, 허브차, 매실차 등이 있어 남녀노소 조용한 분위기를 찾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카페를 찾는 이유는 사람들이 성당을 찾는 이유와 많이 닮았다. 삶이 힘에 부쳐 발걸음을 멈추고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을 때, 희노애락을 나누고 싶을 때 말이다. 추운 겨울, 가톨릭 속 이색 카페를 찾아 커피향보다 진한 예수님의 향기를 맡아보자. 어쩌면 우리 삶의 카페 주인인 예수님은 우리가 마실 커피 한잔을 준비해놓고 기다리실지도 모른다.
사진설명
▶“카페는 교우들이 만나는 사랑방이죠!” 서울 봉천7동본당 교우들이 성당 1층에 위치한 황토방 카페에서 셀모임을 열고 있다.
▶부산 남천 주교좌성당 정문 앞에 위치한 한국순교복자빨마수녀회 북카페.
▶서울 무악재성당에 새롭게 자리한 카페 수. 다과와 함께 비즈공예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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