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참. 무늬만 가족이지 남이나 다름없다. 가족 만나기가 하늘 별따기다. 아버지는 무슨 일이 그렇게 많은지 매일 밤 늦게 집에 들어오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기 바쁘다. 엄마도 사교육 뒷바라지 때문에 최근 맞벌이를 시작했다. 집 청소는 제대로 되지 않고, 빨래통에는 빨랫감이, 설거지통에는 그릇이 늘 수북이 쌓인다. 대화도 끊어진지 오래다. 모두들 잘 살아보겠다고 힘들게, 그리고 열심히 살았는데….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을까. 어떻든 이건 아니다. ‘성가정’이라는 게 있다는데…. 성가정은 도대체 어떤 가정일까. 성가정이 많은 성가정 본당, 용인대리구 ‘보라동 성가정본당’(주임 서상진 신부)을 찾았다.
간절한 기도에 축복 ‘세 배로’
#이덕재-신유선씨 가정
대학시절 학교에서 만나 2004년 관면 혼배했다. 오랜 구교우 가정에서 성장한 아내 신유선(율리아나, 27)씨. 비록 아직 신앙을 가지진 않았지만 아내의 신앙을 격려해 주고, “잠시만 기다려 주면 나중에 신앙을 가지겠다”고 말하는 남편(이덕재, 30)이 고맙기만 했다.
여느 신혼 부부와 다름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남모르는 고민이 있었다. 아무 이유가 없는데도 아이가 생기지 않은 것. 아내는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했다. “아이를 주세요.” 그리고 견진교리를 받았다.
2006년 5월. 견진성사를 받은 후 일주일이 채 지났을까. 병원을 찾은 아내. 임신 7주라고 했다. 견진 교리를 받는 도중에 아기가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1명이 아니었다. 세 쌍둥이다. 잠시 뜸 들이던 하느님이 한꺼번에 세 명을 주셨다. 그렇게 하나(헬레나). 두나(레지나), 세나(요안나)는 2006년 12월 20일 엄마 품에 안겼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신씨는 요즘 아기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 그리고 여느 엄마처럼 아이에 대한 욕심이 많다. 밝고, 건강하고, 긍정적이고, 똑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착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10월 가족이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가 3중 추돌 사고를 당했다. 차가 심하게 부서진 큰 사고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찰과상 하나 없이 멀쩡했다. 엄마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도움’이라고 믿는다.
한 명도 키우기 힘든데 세 명을 한꺼번에 키우기가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세쌍둥이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한 명을 안 키워 봐서 모르겠어요.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홍광진-윤원자씨 가정
하루40분 가족기도 성가정의 샘물이죠
이런 아빠가 있다.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목욕을 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기도를 바친다. 그리고 평일미사도 거의 거르지 않는다. 본당에서는 레지오 마리애 및 시설 관리 위원으로 봉사한다. 집에서 ‘자상한 아빠’ 홍광진(마태오, 46)씨는 본당에서도 소문난 ‘열심한 아빠’다.
엄마 윤원자(데레사, 38)씨의 얼굴은 항상 웃는 모습이다. 주위에서는 ‘착한 성품에, 열심한 신앙이 보태지니 얼굴이 항상 밝을 수밖에 없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얼굴이 밝다보니 자연히 주위에 사람이 많다. 게다가 사교성 좋은 남편 덕분(?)에 집에 손님이 끊이지 않지만, 손님 접대 때문에 힘들다는 소리 한번 하지 않는다. 토요일이면 성당에서 산다. 교리교사다. 소년 쁘레시디움 단장으로도 활동했다.
초등학교 4학년 3학년인 승표(레오, 11), 금표(토마스, 10) 씩씩한 아들 둘도 모두 복사로 활동하고 있다. 작은 아이는 성가대 단원으로도 활동한다. 신부님과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다. “나중에 신부님 될래요.”
부부와 아들들은 매일 저녁 어김없이 자리를 함께한다. 그날 독서와 복음을 읽고, 묵상을 하고, 묵주기도를 바치고, 청원기도를 한다. 특히 매주 목요일 열리는 본당 가족미사에는 한 번도 거른 일이 없다. 홍광진씨 가족은 “기도를 매일 시간을 정해 함께하다 보면 저절로 성가정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광진씨 가족이 성가정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 하루 40분이다.
#이현화-안금순씨 가정
우리들만의 기도로 행복한 시간 ‘ing’
①하루 반성 ②가정봉헌 기도 ③부모를 위한 기도 ④자녀를 위한 기도 ⑤친척을 위한 기도 ⑥돌아가신 조상을 위한 기도 ⑦묵주기도 ⑧가장의 축복.
이현화(아우구스티노, 47)-안금순(모니카, 41)씨 가정에는 ‘그들만의 기도문’이 있다. 바로 ‘이현화 아우구스티노 가족 기도문’. 부부는 자체적으로 기도문을 정해, 매일 원배(요한, 13), 준배(빈첸시오, 11) 두 아들과 함께 기도를 한다. 이 정도로 기도하는 가정이면, 본당 활동은 보나 마나. 아내는 본당 전례단장, 주일학교 교사로, 두 아들은 복사단에서 활동한다.
남편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신앙에서 오는 행복에 ‘푹’ 빠져 산다. 남성 소공동체 총무, 성가대, 레지오 마리애 부단장, 울뜨레아, 메리지 엔 카운터(ME) 등으로 아예 성당에서 살다시피 한다. 이렇다 보니 가족이 함께 성당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다.
기도생활은 일상생활에서의 사랑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대하려고 합니다. 이웃의 모습 속에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이현화씨가 이사야서 55장 6절을 인용, 삶 안에서의 신앙에 대해 말했다. 가훈도 ‘사랑과 용서’란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와 함께 유치원 때부터 평일미사에 함께 다닌 탓에 성당 분위기가 몸에 배어 있다. “엄마 아빠에게 꼭 하고 싶은 말,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한번 해 볼래?”라고 물었다. 아이들이 몸을 배배 꼬며 “없어요”라고 모깃소리로 말한다. 참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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